재건축 새 아파트 등장에..10년 지킨 ‘최고가 단지’ 속속 반납
by성문재 기자
2018.05.24 06:00:00
강남4구 대장주 아파트 세대 교체
1기 재건축 단지들..새 아파트에 가격 주도권 넘겨
아크로리버뷰, 서초구 랜드마크로
내년 입주 개포주공도 고가 행진
"직장·학군 수요 많은데 공급 적어..새 아파트값 급등 당연"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변에서 훤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신반포 아크로 리버뷰’. 내달 입주하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78.48㎡짜리 분양권이 지난 3월 25억원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은 24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10년간 반포동 일대 아파트 시세를 이끌었던 래미안퍼스티지가 ‘루키’ 아크로 리버뷰에 주도권을 뺏긴 것이다.
.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용 59㎡형 분양권 시세가 13억원을 웃돈다. 송파구 대장주 ‘엘스’·‘리센츠’를 바짝 추격한 상태다. 입주 이후인 내년에는 송파구 대장주 타이틀을 넘겨받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대장주 아파트 간판이 바뀌고 있다. 10여년 전 1기 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입주한 이후 지금까지 강남권 대장주로서 지역 시세를 주도했지만 최근 입주하거나 집들이를 앞둔 단지들에 최고가 타이틀을 속속 내주고 있다.
KB국민은행와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신반포5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다음달부터 입주하는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는 전용 84㎡ 분양권 시세가 25억원 훌쩍 호가하며 신흥 대장주로 우뚝 섰다. 2016년 8월 입주한 ‘아크로 리버파크’와 함께 서초구 랜드마크 단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는 “아크로 리버뷰는 한강변으로 길게 단지가 설계돼 각 동 어디서나 한강뷰를 만끽할 수 있다”며 “최근 입주자 사전점검 행사 이후 매물을 거둬들인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림산업(000210)이 서초구 반포동에 지은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형의 평균 매맷값은 26억원 수준으로 이미 반포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를 3억~4억원 차이로 따돌린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이 아파트 84.95㎡가 26억 8000만원에 팔렸다. 전용 59㎡ 역시 평균 매매가가 18억 2500만원으로 주변 대단지보다 2억원 이상 비싸다.
강남구에서는 2015년 입주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단지가 2007년 입주한 ‘대치 아이파크’를 훌쩍 추월했다. 전용 84㎡의 경우 대치 아이파크는 17억 6250만원인데 반해 래미안 대치 팰리스1단지는 23억원에 육박한다. 5억원 이상 비싼 셈이다. 도곡동의 강자 ‘도곡렉슬’도 아직 84㎡가 17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으로 래미안 대치 팰리스에 크게 못 미친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디에이치 아너힐즈’ 등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가 대거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부터 강남구 대장주 아파트 판세는 또 한 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개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94㎡(약 38평)형에 배정된 입주권이 작년 7월 20억원에서 현재 25억원까지 뛰었다”며 “입주일이 다가오면서 프리미엄(웃돈)이 더 붙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도 대장주 세대 교체가 임박했다. 송파구 1기 재건축 단지의 대표 주자인 엘스와 리센츠는 전용 59㎡와 84㎡가 각각 13억 8000만원, 16억 50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헬리오시티 분양권 시세는 각각 13억 1600만원, 14억 6500만원으로 엘스와 리센츠에 못 미친다. 하지만 향후 입주가 웬만큼 마무리되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 간의 경쟁으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강동구 역시 새 아파트 단지의 등장이 눈에 띈다. 2009년 입주한 고덕아이파크 전용 59㎡와 84㎡는 각각 8억 3500만원, 10억 2500만원으로 작년에 입주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에 바짝 쫓기고 있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 59㎡와 84㎡는 8억 1000만원, 9억 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올 들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84㎡는 10억원대에서도 거래가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은 공급 대비 수요가 항상 많은데다 최근 몇 년 새 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새 아파트가 대거 지어진 것이 이같은 대장주 아파트 세대 교체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강북은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빌라 등을 부수고 짓는 재개발 사업지가 많지만 강남은 대부분 재건축 사업장만 있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하고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향후 5년 뒤 신규 주택 공급은 급감할 전망이다. 최근 대거 입주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한동안 대장주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소장은 “강남3구로 출퇴근하는 정규직 직장인만 하루 150만명에 달한다”며 “직장 수요와 학군 수요가 같이 존재하는 강남에 들어와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은데도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새 아파트만 나오면 가격이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