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딜레마]③매년 널뛰는 쌀 가격…정부 안정화 노력 무색

by김형욱 기자
2018.04.18 05:00:00

20㎏ 도매가 4만4151원→3만3569원→4만2011원
전문가 "산지가격 80㎏에 15만5000~17만원 적정"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수년째 쌀 가격이 널뛰고 있다. 1년 전에는 쌀값 폭락에 농가가 아우성이더니 올초부턴 쌀 가격이 평년보다도 오르자 소비자가 아우성이다. 구조적인 생산 과잉 속에 정부의 쌀 가격 안정화 노력도 무색한 상황이다.

17일 쌀 소비자(소매)가격은 상등품 기준 20㎏당 4만7471원(aT·전국 평균)으로 1년 전 3만6016원에서 31.8% 올랐다. 지난해 급락에 이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2013년 20㎏당 4만4151원이던 연평균 쌀 도매가격은 매년 떨어져 지난해 3만3569원까지 내렸으나 올 1~3월 4만2011원으로 급반등했다.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고전했던 257만 명의 농가는 지금의 쌀값 회복을 반기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쌀 소비는 줄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세금이 쌀값 안정과 농가 보호를 위해 쓰였다.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취업난·불경기 속에 소비자는 물가 인상에 예민해졌다.



당국의 고민도 커졌다. 농가만 챙길 수도 소비자만 챙길 수도 없는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의 어머니가 된 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3대 쌀 가격 정책은 △국민에 대한 안정적인 식량 공급 △쌀 농가 소득 안정 △쌀 산업 경쟁력 확보다. 그때그때 우선순위가 달라질 뿐 애초에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구조적인 쌀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농가 직접 지원 여력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올 초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를 시행한 것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취지였으나 아직 반응이 신통찮다. 4년째 풍년이다 보니 매년 쌀은 남아돈다. 정부 곳간에 쌀이 넘쳐난다.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쌀 변동직불금 목표 가격을 정하는 해다. 변동직불금이란 쌀 가격이 ‘목표 가격’을 밑돌면 이중 일부를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5년 전엔 산지 가격 80㎏당 18만8000원(20㎏ 4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일부 농업인단체는 24만원까지 요구한다.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했을 땐 19만~20만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모든 제품이 그렇듯 쌀 가격도 적정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농가·소비자 양쪽 입장에서 최대한 수용 가능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에 전시된 쌀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