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국민체감 ‘3만달러 시대’ 되려면

by남궁덕 기자
2018.01.05 06:00:01

올해 3만달러 첫 진입 예고
인재양성 규제개혁 없이
전체 삶의질도 그대로면
사상누각 공든탑 될 수도
정치가 경제 지원 나서야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7일 첫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새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 소득 수준에 걸맞은 ‘사람 중심 경제’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일자리·소득 주도 혁신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통해 국민 전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했다.

1995년에 1만 달러를 넘긴지 24년,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12년 만의 일이다. 한국전쟁 종전 연도이자 관련 통계 작성 첫해인 1953년 67달러에 불과하던 나라에서 65년 만에 무려 447배나 급성장했다. 규모를 갖춘 선진국 기준인 ‘30-50클럽’ 국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국가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이런 나라들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일곱 번째 나라로 등재된다. 통사적으로 보면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다고 박수칠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국민의 체감지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견해다.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고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릴게 아니다. ‘3만 달러 역(驛)’에 연착한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그런 뒤에 신발 끈을 고쳐 메고 앞으로 더 달려야 한다는 기치(旗幟)를 내걸자. 3만 달러 시대는 문재인 정부 공이 아니다. 기업을 일구고 땀 흘려 일한 경영자와 근로자의 몫이다.

3만 달러 시대는 어두운 그림자도 만들었다. 양극화라는 큰 웅덩이를 팠다. 어떤 계층은 이미 5만 달러 구간에 가 있고, 2만 달러 구간을 뚫지 못한 계층도 있다. 먹고 사는 문제만 놓고 볼 때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국민이 있는 것이다. 큰 숙제다.

숙제를 해결할 성장 에너지도 약하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돌파 주력이 떨어지고 있다. 3만 달러를 돌파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고 과도한 노동계 입김으로 노동경직성이 심화한 탓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일한 경쟁력이 스피드인데, 국회가 그 장점을 와해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건 중 700건이 규제 법안”이라며 “사회의주의 국가 중국보다 규제가 많다”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3만 달러 시대‘라는 계주 경기의 마지막 주자로 만족할 게 아니다. 4만, 5만 달러 계주 경기의 첫 주자로 힘차게 달려 나가길 기대한다.

마침 올 한 해 한국 경제가 항해할 글로벌 경제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리 내부가 문제다. 우선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새 정부가 소득 양극화 개선 차원에서 올해 도입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한국호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친노동정책과 법인세 인상 고세율 등도 평형수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재계의 문제의식이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걸 두고 재계에선 ‘기업(인) 패싱“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3만 달러 시대’의 기업인과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의 도크를 찾았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회사를 방문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경제는 꾸준히 체질을 개선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으로 기업이 떠 뛰게 만들면 된다. 이익내고 성장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좋은 기업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면 불가능하다. 제발 정치가 경제를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