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안전]화학업계 중대산업사고 사망자 연간 43명…원·하청 안전관리 필수

by박태진 기자
2017.11.17 06:00:00

사고 발생 시 피해규모가 커 안전예방활동 필요
최근 5년 사망자수 감소세… 재해자는 늘어
사고 피해자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 안전 강화 지적
LG화학 공생협력 프로그램 참여해 3년 연속 무재해
SK에너지 협력사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활동 시행
정부 “대형사고 위험 존재해 처벌규정 엄격 적용”

화학물질제조업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아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 울산공장 전경.(사진=SK에너지)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금속·바이오디젤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 1명이 숨졌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내부에 보관 중이던 바이오디젤 연료 등 인화성 물질에 불길이 옮겨 붙어 폭발했다.

같은해 6월 28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는 황산 제조설비시설에서 황산이 누출돼 당시 현장에 있던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3명이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국내 대표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화학물질제조업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화학업의 재해 발생비율은 전산업 평균보다는 높은 편이다. 특히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화재, 폭발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학업계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2년 62명에서 2013년 47명, 2014년 39명, 2015년 33명, 2016년 33명이다. 최근 5년 평균 연간 43명이 중대산업사고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올해 6월까지는 총 18명이 사망했다. 화학업에서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중대재해라는 말 대신 중대산업사고라고 부른다. 중대산업사고는 유해물질 누출사고와 화재 및 폭발사고를 일컫는다.

사망자를 포함한 재해자수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화학업계 재해자수는 2012년 2769명에서 2015년 2202명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0여명이 더 늘어난 225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까지도 1087명이 재해를 입었다.

화학업의 산업사고 발생비율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화학업의 재해율은 0.28%로 전산업 평균(0.24%)보다 높고, 제조업 전체 평균(0.30%)에 육박했다. 재해율이란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화학업은 석유, 가스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종이다 보니 안전부주의가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한 번에 재해자 수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인 만큼 현장 안전관리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누출사고처럼 재해 근로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원청업체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안전보건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화학업체 수(이하 원·하청 포함)는 3만 4752개소이며, 종사자수는 총 39만 5170명이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은 원청 및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보수작업 현장 재해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SK에너지)
정부와 업계는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청(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업체의 안전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이 운영하는 원·하청 상생협력(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부 대형업체는 실제로 재해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LG화학 여수공장은 2013년부터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중대산업사고는 2014년 1건을 기록한 이후 2015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단 한건도 없다.

이 공장은 재해예방활동으로 협력사 안전관찰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장의 한해 작업은 12만건에 육박하고 이중 95% 이상이 협력사 직원에 의해 진행된다. 이에 LG화학은 협력사 직원 중 한 명이 작업 현장에 상주해 시공단계부터 완료까지 안전하게 작업을 하는지 관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관찰자는 이 공장에서 진행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그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협력사 안전관찰자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총 2344명이다.

SK에너지 울산공장(CLX)도 2012년부터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장의 산업재해자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2명씩 발생했으나 올해는 1명 뿐이다.

이 공장은 원청 및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보수작업 현장 재해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경우 협력회사의 관리감독자에 의한 자율적으로 안전보건 활동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업장은 올해 안전 분야에 총 21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앞으로 안전 관련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현재 공정안전관리제도(PSM)와 위험경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정안전관리제는 화학공장 등에서 시설 설치 및 보수 등의 작업을 하기 전 안전계획을 수립해 안전보건공단의 심사를 거쳐 승인받도록 하는 제도다. 위험경보제는 분기별로 사업장의 유지 및 보수작업을 미리 파악해 관심·주의·경계 등 3단계로 발령하며, 등급별로 집중 기술지도, 진단 및 관리감독을 하는 것을 말한다.

김충모 고용부 화학사고예방과장은 “화학업체에서는 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과정이든 개·보수를 하는 과정이든 상관없이 한번에 10명 이상씩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원·하청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여수공장에서는 협력사 직원이 현장에 상주해 시공부터 공정 완료까지 안전실태를 살펴보는 안전관찰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사진=LG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