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삽 뜨는 '역세권 청년주택'…'고가 월세'로 변질되나
by원다연 기자
2016.11.17 05:30:00
삼각지역 사업지 빠르면 이 달 첫 삽
주변시세 감안땐 월세 최대 80만원
대학생·신혼부부 주거비 되레 부담
'저렴하게' 권고 외엔 제동장치 없어
전문가 "역세권 개발방식 벗어나야"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빠르면 이달 첫 삽을 뜬다. 지난 3월 시가 처음 청년주택 사업 계획을 밝힌 지 8개월 만이다. 대상지는 시범단지로 지정됐던 두 곳 중 하나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사업지로 사업승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착공에 들어가 2018년 말 준공하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남구 신논현역, 강서구 화곡역, 마포구 합정역 인근 사업지가 이달 들어 차례로 주민열람 공고 절차를 밟는 등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토지주가 역세권 토지의 용도지역 상향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주택을 지어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20~39세 청년층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임대주택 가운데 임대료 제한을 적용받는 공공임대 비율이 10~25%, 임대료 제한이 없는 민간임대가 75%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시가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우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주택’이 아닌 용도지역 상향 등 공적 인센티브를 동원해 고가 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지 착공을 계기로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1차 사업지 87곳을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2만 5852가구(공공임대 4830가구, 민간임대 2만 1022가구)다. 지난 7~8월 진행된 2차 접수에서도 70건의 신청분이 접수됐다. 시는 이 가운데 25곳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1·2차를 합쳐 모두 112곳에 대해 사업 실현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에 이처럼 신청자가 몰려드는 것은 시가 내세운 파격적인 인센티브 때문이다. 기존 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는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 및 상업지역으로까지 상향해 주는 용도 상향이 대표적이다. 용도 상향으로 용적률이 완화되면 토지주는 같은 땅에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실제 이달 착공을 앞둔 삼각지역 사업지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섞여 있던 용도가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됐다. 용적률은 964%가 적용됐다.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상한 용적률은 300%다. 용도 상향으로 이곳에는 지하 7층~지상 37층 2개 동에 임대주택 1088가구(전용면적 19~49㎡)와 근린생활시설, 공공업무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임대주택은 공공임대 371가구, 민간임대 717가구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선 실질적인 임대료 제한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최초 임대료에 한해 시장이 권고할 수 있도록 한 조례 규정이 유일한 제동 장치다. 시는 주변 시세의 90% 수준을 민간임대주택의 적정 시세로 보고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 국책감시팀 부장은 “당장 한 두곳의 시범사업지에 대해선 여론을 고려해 시세보다 싸게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역세권 특성상 주변 시세에 연동 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역시 높은 수준이다. 공공임대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선에서 책정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첫 시범사업지인 삼각지역 인근의 전용 37㎡형 오피스텔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수준이다. 공공임대 청년주택에 입주하더라도 월 최대 80만원까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2년 후인 준공 시점에는 임대료가 이 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미경 서울시의회 의원은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선 역세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시가 임대주택 공급 실적을 늘리려다 보니 사업성이 담보돼 민간 참여가 보장되는 역세권 개발 방식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료가 다소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민관 협력 임대주택 정책의 한계”라며 “그럼에도 주변 임대료보다는 최소 10% 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역세권 청년주택이 다량으로 공급될 경우 주변 임대료까지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