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임대 수익..'부분임대 아파트' 귀하신 몸

by정다슬 기자
2016.07.14 05:00:00

전세난 심화로 수익형에 관심 쏠려
흑성동 대림아크로 경쟁률 85.5대 1
용두 롯데캐슬 일반형보다 1억 비싸
투자 땐 배후 임대수요 체크하고
소음·구조 등도 꼼꼼하게 살펴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12년 3월 롯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4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용두 롯데캐슬 리치’ 아파트. 전용면적 114㎡짜리 주택형 가운데 B타입은 현관과 화장실을 별도로 갖춘 ‘부분임대형 평면’으로 공급돼 눈길을 끌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내 집 마련’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잡을 기회라고 선전했고, 심지어 이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1년간 85만원 임대 수입을 보장해주는 임대수익 보장제도 실시했다. 그러나 용두 롯데캐슬 리치 전용 114B㎡형은 일반분양 물량 총 311가구 중 전용 50~84㎡가 모두 분양된 이후에도 한동안 미분양을 면치 못했다.

그랬던 이 아파트가 요즘 너무 잘 나가고 있다. 연 7.6%의 짭잘한 임대수익률을 올리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 소유자들은 현재 보증금 2000만원에 월 80만원 선에 분리 공간을 세놓고 있다. 인근 롯데캐슬리치공인 한검서 대표는 “최근 들어 내 집에 살면서 임대 수익도 얻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부분임대 아파트를 사려는 문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며 “매물이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용두 롯데캐슬 리치 전용 114B㎡형은 부분임대가 안되는 114A㎡형보다 1억원 정도 비싼 8억~8억2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부분임대형 아파트가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한 집에 벽을 하나 두고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이 함께 산다는 거부감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전월세난이 심화되고 은퇴세대를 중심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익’과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분임대 아파트란 현관문과 화장실 등을 두 개 이상 배치해 한 지붕 아래 두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아파트를 말한다. 분리된 공간은 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사생활을 지키며 한집에서 사는 식으로 활용된다.

대림산업이 지난달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분양한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의 경우 전용 72㎡과 84C㎡에 부분임대형 평면을 적용했는데 각각 58.5대 1과 85.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청약 마감됐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단지가 중앙대·중앙대병원과 가까운데다 강남·여의도로 출퇴근하기도 편리하다보니 직장인 임차수요를 겨냥해 내집 마련과 함께 임대수익도 챙기려는 수요자들이 많이 청약했다”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하임 인근에 있는 ‘흑석한강 센트레빌 2차’ 역시 부분임대형 가구(전용 84㎡)가 일부 있는데, 원룸형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부분임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임차수요 역시 적지 않다. 부분임대형 아파트가 들어선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 웰스트림’ 인근에 있는 A공인 관계자는 “주변 오피스텔이나 빌라와 임대료가 비슷하면서도 관리비가 더 저렴한 데다가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며 “특히 치안 등에 민감한 여성으로부터 문의가 잦다”고 전했다.

분리임대형 아파트라고 무조건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분리임대형 아파트 투자 때 유념해야 할 가장 큰 포인트로 주변 지역의 탄탄한 배후수요를 꼽는다. 다가구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대체 주거지가 얼마나 있는지도 변수다. 전용 132㎡가 분리임대형으로 공급된 부산 금정구 장전동 ‘벽산블루밍 디자인시티’의 경우 인근에 부산대가 있지만, 원룸과 오피스텔 공급이 워낙 많은 탓에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 집을 두 가구가 나눠서 쓰는 탓에 소음 등에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주택법상 세대 간에 연결문 또는 경량구조의 경계벽 등을 설치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분리임대형 아파트에 산 경험이 있는 이선동(32)씨는 “소음이 없을 것이란 주인집 말과 달리 물 내리는 소리나 TV소리, 심지어 말소리까지 들려 결국 참지 못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임대 수입을 노리고 분리임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세탁기와 에어컨을 놓을 자리가 없어 곤혹스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간혹 그런 민원이 오지만 주택법상에는 욕실·부엌·현관만 의무 설치하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