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6.03.30 06:00:00
모름지기 조직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게 조직이 발전하는 지름길이다. 나라나 기업, 단체가 똑같다. 하지만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진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누구와 어떤 관계냐가 취업에 훨씬 요긴한 요소가 되곤 한다. 민주노총 산하노조 4개 중 1곳꼴로 기업이 종업원 자녀를 우선 채용해 주는 ‘고용 세습’을 누리고 있다니, 이젠 노조의 ‘갑질’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취업준비생들이 능력 키우기보다 학벌과 스펙 쌓기에 집착하는 것이 그래서다. 대한상의에서 그제 열린 ‘능력중심 채용 실천선언’ 선포식은 그릇된 채용 풍토를 확 바꾸자고 민관(民官)이 손잡은 자리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교육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공공기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경총·전경련·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했다. 기업 중에서도 삼성·현대·SK·LG 등 대기업 25곳과 몇몇 중소·중견기업이 동참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이날 선언에서 채용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알리며, 합리적 이유 없이 사진·연령·출신지·가족관계 등의 인적사항을 요구하지 않으며, 업무와 무관한 어학성적·해외연수·사회봉사 등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등 10개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고학력 인재를 과잉 공급하느라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과 막상 취업하고 나면 쓸모도 없는 스펙을 쌓느라 취준생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채용기관이나 취준생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 조치를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정부의 복안은 각 직종의 필수 직무능력을 규정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다.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에 도입돼 성과를 낸 NCS를 내년에는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앞으로 기업들의 능력중심 인사관리를 유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능력중심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판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후진적 채용 관행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를 환영해 마지않는다. 이번엔 결코 말로만 끝내지 말고 새로운 채용제도로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민관이 함께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