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본에서 알뜰폰.. 한국선 안 하나, 못 하나

by김현아 기자
2016.03.29 01:48:3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035420)가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알뜰폰(MVNO)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지 관심이다.

라인은 NTT도코모의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하면서 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데이터 통화료는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요금도 1개월 최저 500엔(세금 별도, 5159.45 원)에서 시작한다고 하니 관심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국내에선 MVNO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5,6천 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이지만, 국내에선 별 인기가 없어 라인 사용자간 ‘데이터 선물하기’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서는 전국민의 84.8%(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5년 경쟁상황평가)가 쓰는 카카오톡의 경우 라인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 MVNO가 활성화되면 카카오뿐 아니라 IT서비스 회사나 다양한 오프라인 기업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라인 모바일의 일본 알뜰폰 사업이 관심인 이유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묶은 통신상품’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통신사가 자체 제공하거나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이 함께 제공한 예는 있지만, 라인처럼 인터넷기업이 직접 통신사업(MVNO)에 뛰어든 예는 없다.

지난해 KT와 다음카카오가 출시한 ‘다음카카오팩’, SK텔레콤의 ‘옥수수 SK텔레콤 전용관’, ‘band 플레이팩’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카카오팩은 월 3300원만 내면 카카오톡,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다음앱, 다음웹툰, 다음카페, 다음TV팟을 이용한 동영상 시청까지 월 3GB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KT의 일반가입자는 월 5만 원(4만9900원)에 데이터 6GB를 썼는데, 다음카카오팩 상품은 월 3300원만 내면 3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어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옥수수 SK텔레콤 전용관은 SK텔레콤 고객 중 월 5만 원 이상(band 데이터 51 등) 고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 무료, 데이터 할인’ 프로그램이고, ‘band 플레이 팩’은 SK텔레콤 가입자 중 월 8천 원을 더 내면(월 3만 원 대~5만 원 대 요금 납부자, 월 6만 원 대 요금 납부자 이상은 월 5천 원) 데이터 소진 없이 옥수수에서 매일 SD급 영화를 2시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라인 역시 음원서비스인 라인 뮤직이나 라인 게임, 생방송 플랫폼인 라인 라이브 등을 이용할 때 라인 모바일을 쓰면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컨셉이라는 점에서 ‘콘텐츠+데이터’ 결합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의 시장 장악력이 없어 국내에서는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일본은 라인이 인기인데다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율이 49.1%에 불과해 통신 시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야후재팬이 별도로 MVNO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 같은 통신서비스를 하는 건 압도적인 유보금이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네이버는 몇 천 억원에 불과해 투자비가 꽤 드는 통신시장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알뜰폰 사업을 한다면 기본적인 전산시설 등 인프라 투자는 물론이고, 단말기 소싱을 위한 투자도 필요한 것이다.

반면 구글은 이달 7일(현지시간) 월 20달러(2만4000원)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쓰고, 데이터는 10달러(1만2000원)에 1GB를 주는 이동통신서비스(프로젝트 파이)를 상용화했다. 2개의 통신사업자(T모바일과 스프린트) 통신망을 빌려 두 통신사 네트워크 중 사용자 위치에서 가장 최적의 망을 연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는 국내 알뜰폰 시장에 관심이 없지만, 설사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 도매대가때문에 기존 통신사 외에는 들어오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알뜰폰 업체 한 임원은 “현재와 같은 도매대가 구조라면 저렴한 음성외에 저렴한 데이터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MVNO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로부터 다량의 데이터를 구매해 서비스를 얹어 파는 데이터 선구매 제도는 1년 이상 상용화되지 못했고, LTE 도매대가의 경우 RS(레비뉴 쉐어링)방식을 쓰는데 2,3만 원 저가 요금제에선 알뜰폰과 이통3사가 6:4의 구조이나 높은 요금제로 가면 4:6의 구조여서 데이터 다량 이용자를 위한 상품 구성이 어렵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경우 4.5(알뜰폰):5.5(이통3사)의 배분율에 별도로 기본료 53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MVNO’ 상품을 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도매대가를 규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데다, 국내 통신요금은 아직 음성이 데이터보다 비싼 편이어서 데이터 MVNO를 급속히 확산하면 통신사들의 신규망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용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그룹장은 “데이터 MVNO 시장 활성화는 결국 본인들의 사업의지와 전략에 기반돼야 한다”며 “정부가 도매대가에 꼼꼼히 개입해 사전 규제를 만들기 보다는 네이버 등 경쟁 사업자가 진입했을 때 정부가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보조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도 “저가 요금제에 알뜰폰 사업자 몫을 키운 것은 주로 고객이 저가 요금제에 몰리는 걸 감안해 알뜰폰을 배려한 것”이라며 “데이터 요금제는 수십기가를 쓰는 사람까지 포함해 설계돼 있는데 이를 평균한 가격으로 선구매해 달라는 것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에 포함된 입장료와 고정비를 감안하지 않고 계산해서 개별 이용료를 책정하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데이터 MVNO 활성화는 제4이동통신 좌절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람뿐 아니라 사물까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까지 고려했을 때 정부가 음성중심의 알뜰폰으로 모바일 생태계 경쟁을 활성화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정책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