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명도 안 낳은지 33년..시대착오적 다자녀 주택정책

by양희동 기자
2016.03.11 05:4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물산(028260)이 지난달 말 서울 광진구 구의1구역을 재건축해 올해 마수걸이 분양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아파트. 이 단지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위주 구성에 도심 역세권 입지를 갖춰 분양 전부터 30대 젊은 실수요층에게서 큰 관심을 끌였다. 실제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2.53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가구 마감됐다. 주택시장이 각종 악재로 연초부터 얼어붙은 상황에서 젊은 실수요층을 잡는데 성공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무주택 가구에 배정되는 특별공급분은 133가구 모집에 100가구만 청약을 마쳐 1순위 결과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특별공급 중 가장 많은 43가구가 배정된 다자녀 공급분(3자녀 이상 가구)은 32명만 지원했다. 3자녀 이상이라는 다자녀 기준을 충족하는 수요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3자녀 이상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구조다. 그러나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983년 2.06명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1명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자녀를 2명도 안 낳는 상황이 무려 3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저출산 대책은 1980년대 1가구 2자녀 정책에 맞춰 셋째를 낳는데 집중돼 있는 것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 특별공급을 포함해 모든 주택 정책에서도 다자녀 우대 혜택은 3자녀 이상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출생한 신생아를 기준으로 셋째아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6.6%로 전국 평균보다도 30% 이상 낮다. 저출산 대책의 혜택이 구조적으로 극소수에게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여성의 경력 단절과 육아비 부담 때문에 둘째 아이 갖기를 꺼리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저출산 극복 의지가 있다면 시대착오적인 다자녀 기준부터 고쳐야 한다. 인구 감소를 막는 최소 조건인 둘째를 낳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1970년 이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추이. 1983년 이후 1명대에 머물러 있다. [자료=통계청·단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