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5.12.09 04:3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아파트 한가운데 기둥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요즘 기둥 없는 평면 설계는 기본인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6월 경기도 부천시 옥길지구에서 선보인 공공 분양아파트인 ‘부천옥길S1’(1318가구)은 분양가가 인근 민간 분양 단지보다 10%가량 저렴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 아파트는 옥길지구 한복판에 들어서 대형 마트와 학교 등을 모두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입지 여건까지 갖췄다. 이런 조건 덕에 1순위 청약에서도 최고 9.1대 1, 평균 4.4대 1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거실과 알파룸(서비스 공간) 사이에 기둥이 있던 전용면적 84㎡형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2.7대 1이란 낮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달엔 미계약분에 대한 추가 신청까지 받아야 했다.
과거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입지 △가구 수(규모) △브랜드 등 크게 3가지가 꼽혔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같은 면적을 더 넓게 쓸 수 있는 ‘스마트 평면’이 새로운 가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8일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서 가장 높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단지는 금강주택이 지난 7월 화성 동탄2신도시 A19블록에서 분양한 ‘동탄2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3차’아파트(252가구)와 반도건설이 3월 동탄2신도시 A37·2블록에서 선보인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6.0’아파트(1077가구)였다.
이들 두 단지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각각 141.36대 1과 62.85대 1에 달했고, 100% 계약도 마쳤다.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견업체에서 공급한 단지들이 돌풍을 일으킨 원동력은 차별화된 평면 설계에 있었다.
동탄2금강펜테리움3차는 전용 84㎡형에 알파룸을 제공, 방을 4개로 늘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입주민이 자유롭게 공간을 쪼개 쓸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인데도 높은 청약경쟁률로 완판될 수 있었다.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6.0의 경우 4베이(방 3개 및 거실 전면 배치)와 3면 개방형 설계를 기본으로 전용 59·74㎡형까지 가변형 벽체를 적용했다. 전용 59㎡형은 소형 평형인데도 거실과 방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틈새 면적인 74㎡형은 중소형의 한계를 넘어 거실 일부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방을 4개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84㎡형은 입주자가 거실과 침실, 알파룸 사이 벽체를 자유롭게 움직여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게 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주택형별로 수납공간을 강화하고 가변형 벽체를 적용,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게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최근 몇 년간 집값 하락과 수요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들이 전용 100~120㎡(옛 40평형대) 정도로 규모를 줄인 중대형 아파트를 펜트하우스로 탈바꿈시키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펜트하우스의 희소성과 브랜드 파워가 결합해 수요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올해 8월 말 대림산업(000210)이 서울 성동구 옥수13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아파트(1976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펜트하우스인 전용 107㎡형이 7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올해 서울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중대형 아파트 중 최고치다. 4베이·판상형 구조의 이 주택형은 가족실과 함께 넓은 외부 테라스가 딸린 2세대 분리형 방식으로 설계됐다.
GS건설(006360)이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시 동삭2지구에 공급한 ‘자이더익스프레스 1차’ 아파트는 총 1849가구 대단지로 계약 초기 미분양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평택지역 최초로 중대형(전용 98~111㎡) 17가구를 최상층 펜트하우스로 선보여 계약 시작 한달만에 완판을 이뤄냈다. 특히 6베이와 테라스 중정을 이용한 2세대 동거형 평면 설계 등을 적용한 전용 103㎡A형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62.5대 1에 달했다. 정광록 GS건설 자이더익스프레스 분양소장은 “신평면을 적용한 펜트하우스 등 차별화된 상품으로 평택지역 역대 최고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며 “완판된 1차 단지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까지 붙으면서 2차 분양분의 계약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