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 “갈등 해결의 시작은 대화”

by유재희 기자
2015.01.22 06:25:39

앞으로 사회적 갈등 더욱 많아질 것…제도·시스템화 필요
서울시 갈등조정시스템 최초 도입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모든 갈등 관리·조정의 기본은 소통, 즉 대화입니다. 소통의 전제 조건은 경청이고요. 지금 가정·이웃·조직 안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면 상대방 이야기를 반박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준 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보세요. 진정성 있는 대화만으로도 갈등의 70~80%가 해결됩니다.”

홍수정(사진)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과장). 그는 갈등 조정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홍 과장은 대학에서 갈등 조정 관련 연구 활동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연) 갈등해소센터에서 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로 갈등조정담당관을 신설할 때 개방형 공모에 나서 채용됐다.

갈등조정담당관은 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 및 정책 중 갈등 소지가 있는 사업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선정,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갈등 조정은 사업부서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부서에 걸쳐있는 사안이거나 민원 자체가 복잡한 집단민원 등일 때 갈등 조정을 지원한다.

홍 과장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선진화되고 민주주의가 깊이 뿌리내릴수록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갈등 조정·관리에 대한 제도적 접근과 시스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손해를 입더라도 그냥 참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잠재돼 있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정책 결정 등에 있어 시민 참여 구조로 가는 게 맞습니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갈등 예방 및 해결 과정에 대한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그는 갈등조정담당관으로 오자마자 ‘사업별 갈등 사안 진단→대응계획 수립→맞춤형 갈등 조정→지속 관리’로 이어지는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 서울시가 추진·진행하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관리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아현동 상가 세입자 철거 문제, 보문사 악취 발생 민원, 관악구 신림4동 횡단보도 이전 민원,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등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갈등 조정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상대방과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나, 내가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인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변화하라고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그 자체로 인정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비판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그것이 갈등 조정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