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소통이 의료 한류의 시작입니다"
by김정민 기자
2014.07.28 07:00:00
백남선 이대 여성암전문병원장 인터뷰
영어·중국어·일어·독어·등 6개 국어 습득
몽골서 의료 봉사·선진 의료 기술 전파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백남선(67·사진) 이화여대 여성암병원장은 6개 국어를 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는 원서를 읽고 현지인과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다.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몽골어를 배웠고, 최근 병원을 찾는 아랍권 환자들
이 늘어나면서 틈나는 대로 아랍어를 공부 중이다. 백 병원장이 외국어 공부에 열심인 이유는 외국어 습득이 ‘의료 한류’의 시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의사와의 환자와의 신뢰는 의사소통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리 유능한 통역이 있어도 환자가 의사와 직접 소통하고 싶어하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의사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간단히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환자는 의사를 좀 더 신뢰하고 따르게 됩니다. 당연히 치료효과 또한 높아지지요”
백 병원장은 2011년 이대 여성암병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글로컬(Global + Local=글로벌+로컬)화’를 선언했다. 이화여대가 125년간 여성교육, 연구, 진료분야에서 쌓아온 자산을 바탕으로 이대 여성암전문병원이 여성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겠다는 다짐이다.
지난 17일 이대 목동병원 2층 대회의실에선 행사 하나가 열렸다. 이순남 이화의료원장과 유권 이대목동병원장 등이 병원 경영진이 총출동한 ‘2014 몽골 의료봉사단 발대식’이다. 총 11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참여한 봉사단의 단장은 백 병원장이다.
몽골 의료봉사는 봉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백 병원장은 의료봉사가 끝나면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를 방문, 국립의대 등을 방문해 유방암 수술시연과 강의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앞선 의료기술을 전파하는데도 열심이다. 백 병원장의 몽골 의료봉사는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부인인 볼로르마 여사와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주한 몽골 대사의 소개로 처음 볼로르마 여사 인연을 맺은 게 수년째 몽골 의료봉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몽골 의료봉사단원들과 함께 매년 1200~1300명의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신문이나 TV 등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앞선 의료기술과 이화의료원을 소개하는 일도 빼놓지 않고 있지요. 최근엔 몽골 한 대학병원장이 우리 병원을 찾아 암수술을 받고 비행기로 왕복하며 항암치료를 받은 일도 있습니다.”
백 병원장은 1986년 국내에 처음 유방을 보존한 채 종양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을 선보여 명성을 얻었다. 이전까지는 유방암 수술은 암이 발병한 유방 전체를 적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유방암에 걸린 것만해도 환자에겐 충격이 큰데 수술을 하고 나면 목욕탕 한번 못가고 심지어 이혼까지 당하는 환자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외 논문에 실린 유방보존술을 보고 이거다 싶어 처음 시도했을 때만 해도 선배들이 ‘나이도 어린 놈이 뭐 그런 수술을 하느냐’고 했지만 이젠 보편적인 수술법이 됐습니다.”
백 병원장은 1991년 위암 수술환자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역류성식도염을 줄일 수 있는 수술방법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 역시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나왔다. 이 수술법을 의료계에서 ‘백남선 위암 수술법’으로 부른다. 환자 중심의 진료에 대한 고민은 진료기술 뿐 아니라 음식연구로도 이어졌다.
“암환자가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떻게 뭘 먹어야 되느냐’예요. 암환자들이 수술 후에 가장 힘겨워하는 것이 먹는 것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 인삼 같은 면역증진제와 항산화물질과 비타민 등입니다. 저도 홍삼, 항산화비타민, 종합비타민, 칼슘제 등을 30년 이상 먹고 있습니다.”
백 병원장은 1947년생이다. 전북 익산 태생으로 이리고를 나와 197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원자력병원 병원장, 건국대병원 병원장을 지냈으며 아시아 유방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6년 세계 위암 및 유방암 세계 100대 의사로 선정되는 등 유방암과 위암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의로 인정받고 있다.
이대 여성암병원은 이화여대 부속병원인 이화의료원이 여성질환 진료를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여성암 분야를 특화 육성하기 위해 2009년 3월 설립한 병원이다. 여성암 환자 전용 레이디병동, 여성암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파워 업(Power-up)’ 프로그램, 아랍권 환자를 위한 기도실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중국, 러시아, 아랍, 유럽, 멕시코, 몽골, 카자흐스탄, 태국, 베트남 등 60여개 나라에서 병원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