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탄'이 된 세제실장

by윤종성 기자
2014.01.25 09:00:01

종교인 과세 추진..''정책MVP 시상식''서 도전상 받아
"2월 국회서 재논의..종교인 과세 이번엔 결론내겠다"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당신은 사탄이오” “이런 마귀같은 사람을 봤나”

종교인 과세를 위해 기독교 유관단체장들과 자리를 함께 한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화들짝 놀랐다. ‘공공의 적’으로 치부되는 세제실장 자리를 맡으면서 ‘나쁜 사람’ ‘못된 놈’ 소리는 들어봤어도, ‘사탄’, ‘마귀’ 소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격앙된 종교인들에게 차근차근 정부 입장을 설명했지만, ‘소귀에 경읽기’였다. 김 실장은 “너무 강경해서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며 “그들과 얘기하면서 ‘(종교인 과세처리는) 쉽지 않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
한 단체장이 “왜 우리나라만 종교인한테 세금을 걷으려 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에는 귀를 의심했다. 해외 상당수 국가에서 종교인 납세가 일반적이라는 사실조차 숙지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엔 종교인이 연방세와 의료보험세를 내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대부분이 종교인과 일반인 구분없이 동일하게 세금을 낸다. 국내에서도 천주교 교단의 경우 1994년부터 전체 16개 교구중 12개 교구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결국 종교인 과세는 다시 한번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은 종교인 과세는 최근 열린 ‘기재부 정책MVP’ 시상식에서 ‘도전상’을 받았다. 정책 입안에는 실패했지만,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자체 선정 이유였다.

김 실장은 “종교인 과세가 쉽지 않겠지만, 그들만 예외로 두기 어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과세 시기나 방법 등 세부 방안에 대해 종교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종교인 과세 논쟁은 지난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 대한 갑종근로소득세 부과”를 언급하면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 갑오년(甲午年) 새해에는 실마리를 찾을 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당장 2월 국회에서 그 접점을 놓고 공방전이 예고되고 있다.

김 실장은 “(종교인 단체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2월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