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안된다는데..중소기업이 3D방송장비 국산화

by김현아 기자
2013.03.17 10:48:41

케이투이 등 중소기업 연합군 성공..중국 CCTV 등 수출시장 공략
싱글모드 시스템으로 기존 장비보다 70%가까이 저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삼성에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는데 해냈습니다. 정말 획기적인 시스템입니다.”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의 목소리는 흥분돼 있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싱글모드(Single Mode) 3D방송제작시스템이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면서, 오는 4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의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 쇼에 출품되는 걸 계기로 수출도 기대한다고 했다.

싱글모드 3D 방송제작시스템을 쓰면 HD급의 고화질 3D 콘텐츠를 카메라 한 대로 제작할 수 있다. 출시돼 있는 장비들은 두 대의 카메라를 써서 리그(Rig)방식으로 제작하지만, 이 시스템은 두 개의 눈과 하나의 머리를 가진 인간의 신체구조와 같은 원리를 적용해 한 대의 3D카메라로 3D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리그 방식의 경우 리그 가격만 5억에다 카메라 2대를 합치면 10억 가까이 들지만, 이 장비는 3억원 정도여서 방송사들이 3D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기기 가격만 70% 정도 줄일 수 있다.

KCA와 방송통신시스템산업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IT벤처타워에서 개최한 ‘국산 싱글 모드(Single Mode) 3D방송제작시스템’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 참석한 방송관계자들은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3D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획기적인 이 장비는 (주)케이투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방송통신시스템산업협회 회원사들의 합작품이다. 남명희 케이투이 대표(방송통신시스템산업협회장)는 “처음 아이디어는 아솔이라는 기업이 제공했고, 그 뒤 중소기업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개발했다”면서 “헤드 부분만 일본업체 이케가미(Ikegami)로부터 기술을 제공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케이투이는 성동구 아이에스비즈타워에서 17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이지만, 30년 넘게 KBS, MBC 등 지상파방송사를 상대로 영상신호처리 시스템을 공급해 온 남 대표는 방송기술계의 거목으로 꼽힌다.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려는 방송사 관계자들과 IPTV 등 유료방송 업계, 삼성 등 대기업 관계자들도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사무실을 찾을 정도.

남 대표는 “중학교 때 진공관 라디오를 만들고, 군대 가서는 컬러TV 방송시스템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방송장비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면서 “국산 장비라 해서 소니 등 일본 것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많지만 실력으로 하면 못할 일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3D 시장이 성장하지 않아 ‘싱글모드3D 방송장비’도 걱정이다. KT(030200)스카이라이프의 3D채널이 개점휴업 상태이고, KBS 등 지상파가 주파수 부족과 비용 과다를 이유로 3D 전용채널을 당분간 만들지 않기로 하는 등 국내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남명희 대표는 “IPTV 등 유료방송에서 3D를 활용하면 스포츠, 홈쇼핑 등에서 실시간 생중계 방송을 차별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연내로 6개 방송국에 3D 제작시스템을 두기로 한 중국의 CCTV 등 수출 시장부터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