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서민기금인데.." 정유사 사회공헌기금 논란

by김현아 기자
2012.03.11 08:15:12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1000억 조성 약속
1년도 지나 첫 조성..클린에너지 발굴 등에 과다 사용 지적
대기업 주도 스마트케어 사업 지원해 질타받기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2일자 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금처럼 고유가였던 지난 2008년 당시 정유업계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조성한 사회공헌기금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 신사업이나 대학 연구비 지원 등에 과다하게 사용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참여했던 스마트케어(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까지 해당 기금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나 정유사들의 기금 조성이 "고유가에 정유사만 배불린다"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대한석유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 SK에너지(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고유가 고통분담을 위한 공동선언'을 통해 회사별 사회공헌기금과 별도로 1000억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유사들은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과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절약 운동 등에 기금을 쓰겠다고 했었다.   




 
정유업계 사회공헌기금은 저소득층 난방유 지원 등 취지대로 사용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마치 학술재단처럼 클린에너지 발굴이나 대학 연구지원 등에 너무 많이 사용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정유업계 사회공헌기금 사업현황(출처: 대한석유협회)

1차년도('09.10~'10.10) 사업과 2차년도('10.11~'11.10) 사업을 보면,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226억원이, 저탄소·녹색에너지기금사업에 150억원이, 학술지원 등에 8억원이 쓰였다. 이중 서울대, 한국경제학회 등에 지원한 클린에너지 발굴·육성 등 60억원과 학술·연구지원 및 건전한 에너지문화 보급 62억원 등이 논란이다. 
 
최기련 아주대(대학원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고유가로 에너지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유사들이 여론을 의식해 출연한 기금인데, 클린에너지 발굴 등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다. 저탄소 쪽은 정유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인 만큼, 자체 투자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 국책사업인 스마트케어(원격의료)에 15억원의 기금이 지원돼 강창일(민주통합) 의원에게 질타 받기도 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지경부는 정유업계 기금위원회에서 승인받았으니 문제없다고 했다가 결국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면서 "지경부가 달라고 하니 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당시 과제는 SK텔레콤(017670) 컨소시엄과 LG전자(066570) 컨소시엄이 맡아 정유사 사회공헌기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석유협회 관계자는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정유 4사가 모여 저탄소 에너지 개발로 고유가의 파고를 넘자는 것은 의의 있다"면서도 "올해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는 걸 건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케어 지원에 대해선 "기업이 출연한 기금이다 보니 이곳 저곳서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면서 "대기업이 참여하는 줄 몰랐고, 취약계층에 대한 원격의료 지원으로만 이해해서 지원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유 4사는 기자회견 이후 1년 3개월이 지난 2009년 10월에야 301억원(1차년도)을 조성했다. 이후 ▲2010년 11월 83억5000만원(2차년도) ▲2011년 11월 200억원(3차년도) 등 총 584억 5000만원을 만들었다. 매해 전년 회계연도 정유사업부문 순익의 1%를 출연한 것이다. 

따라서 고유가로 서민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말까진 기금이 쓰이지 못했다.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유류세를 인하했던 시기도 2008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였다.
 
정유사 관계자는 "기금 출연 약속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시간이 걸렸다"면서 "막상 2008년 여름 특별기금 출연을 약속하고 나서 2009년이 되자 유가가 안정돼 이익이 줄면서 조성이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011년 회계연도 순익도 연내로 기금으로 조성될 것"이라면서 "고유가인 만큼 올해 기금 출연을 앞당기는 것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