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높으면 골 깊다`···테마주 거품 위험수위

by하수정 기자
2011.09.06 08:07:18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올해는 유난히 정치테마가 활개 치네요. 아무리 대선정국을 앞두고 있다지만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질이 좋지 않은 약세장이라는 증거죠.”

중소형 종목만 10년 넘게 봐 온 증권사 스몰캡 담당 팀장의 말이다. 정치 테마가 극성이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손학규, 정몽준, 문재인 테마주에 이어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안철수 테마주까지 후보 한 명당 수십개의 관련종목이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러 가스관 설치와 관련해서도 실현여부와는 관계없이 수혜주로 불리며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이후 안 원장 뿐 아니라 안철수연구소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알려지면 바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안철수연구소(053800)와 공동으로 보안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클루넷(067130)은 2거래일 만에 30%상승했다.

KT뮤직(043610)은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는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것이 알려져 상한가에 올랐다.

이노셀도 안 원장 테마주로 분류되며 장중 순간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현진 이노셀 대표가 안 원장과 같은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을 거쳤다는 이유다.

증권업계는 안 원장 관련주 주가 흐름이 과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관련주가 대선 테마주로 확산될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학연을 바탕으로 지인(知人) 관련주로 매수세가 쏠린 이후 정책 관련주로 확산되는 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적 관련주와 정책 관련주들을 모두 합치면 안 걸리는 종목이 없을 정도”라면서 “한 대선주자당 수 십개의 종목이 엮여 이유없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국과 러시아간 가스관 설치 기대감에 강관테마주들이 최근 급등행진을 보이고 있다. 하이스틸(071090)과 금강공업(014280), 스틸플라워(087220), 동양철관(008970)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이스틸과 동양철관은 벌써 사흘째 상한가다.
 
지난달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후 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연결안이 의제로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이 더해졌다.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가스관 추진에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조차도 주가를 상승시키는 배경이 될 정도로 뉴스 하나 하나에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한과의 정치적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 규격에 맞게 납품할 수 있는 강관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류업체인 대현(016090)은 묻지마 정치테마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현균 대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소문으로 1000원대에 불과했던 대현 주가가 지난 달 4000원대까지 급등했었다. 그러나 친분설의 근거로 제시됐던 문 이사장 사진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단숨에 1000원대로 회귀했다. 그 사이 신 대표는 15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박근혜 테마주로 묶이는 아가방컴퍼니(013990)의 경우 김욱 아가방컴퍼니 회장이 24만주를 신고가 부근인 1만6000원대에 처분했고 손석효 아가방컴퍼니 명예회장도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쿼즈라인에 증여했던 아가방컴퍼니의 주식을 총 200만주 매도했다.
 
김희성 한화증권 한화증권 미드-스몰캡 팀장은 “정치테마의 경우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면서 “후보의 당선여부와 당선이후 정책 추진 여부가 모두 불확실 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펀더멘털이 무시된 정치테마주과 강관테마주들의 상한가 랠리는 거품으로 봐야한다”며 “거품이 꺼지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