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9.11.07 10:18:46
세종시 입주기업에 자유개발·이용 검토
지난 4월 위기관리대책회의 원형지 공급 등 확정
아랫돌 빼서 윗돌괴는 미봉책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정부가 비싼 땅값 때문에 세종시의 기업 유치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파격적인 땅값 인하 방안의 일환으로 원형지(原型地) 공급을 검토 중이다.
원형지란 말 그대로 기본적인 부지정리만 된 상태에서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가지 않은 땅이다. 그만큼 땅값이 싸고, 기업이 원하는 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일각에선 세종시의 토지 보상비가 3.3㎡당 18만원선으로, 원형지로 공급할 경우 산업용지의 경우 3.3㎡당 35만~40만원 선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형지 공급은 이미 세종시 주택용지 공급에 적용되고 있는 제도다. 2007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원형지 개발제도를 7000여가구의 행정도시 첫 마을 사업에 적용키로 한 바 있다.
다만 이때 도입된 원형지 개발제도는 땅값을 낮추는 목적이 아니었다. 원형 그대로의 땅을 공급해 자연 형태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주거단지를 개발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원형지 개발자격도 대한주택공사와 주택사업 목적의 지방공사로 제한됐다.
기업에 원형지로 땅을 공급하는 방안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 4월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때다. 국토해양부는 위기관리대책 회의에서 신도시 사업지구 내 기업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용지를 공급해주는 내용의 지원대책을 확정한 바 있다.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우선 신도시내에 있는 공장이나 물류시설을 위한 대체 산업단지 용지는 조성원가가 아니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도록 했다.
또 보상금으로 용지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부지의 일부를 임대해 주고 공장가동시까지 임대료를 안 받는 `일부분양-일부임대`방식도 도입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원형지 형태로 산업단지 용지를 공급하고, 중도금 대출 알선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었다.
결국 정부가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지난 4월 확정된 지원대책을 골자로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에 원형지를 공급해 자유개발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기업이 필요한 기반시설 등 추가적 개발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산업 용지를 분양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기타 기반시설을 자체비용으로 구축해야 한다면 기업이 지는 부담은 마찬가지"라며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식의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형지 공급을 늘리면 그만큼 싼 값에 공급하는 땅이 늘어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LH는 지금도 과도한 부채로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방식으로 땅을 공급할 경우 LH 손실을 눈덩이로 불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추가적인 적자보전 방안을 미리 세운 뒤 세종시 기업 인센티브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