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장동혁…‘단일대오’ 지켰지만 외연확장은 실패
by조용석 기자
2025.12.03 05:00:00
3일 취임 100일 맞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당 분열 위기 막고 강력 대여투쟁’ 호평
비상계엄 사과 미루는 張…강성 지지층만 집중
“침묵하는 의원들도 ‘과거와 단절’ 인식 뚜렷”
6개월 앞 지선…“외연확장 없이 기대 어려워”
[이데일리 조용석 김한영 기자]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8월26일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 소감)
‘1.5선’의 짧은 정치경력을 딛고 제1야당 대표에 오른 장 대표가 3일 취임 100을 맞는다. 강력한 반탄(탄핵반대) 기조로 강성 보수를 결집시키며 당 대표에 오른 장 대표는 취임 후 강력한 대여공세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당을 분열위기에서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계엄·탄핵 그리고 대선 패배 후유증을 겪고 있는 당을 재건하기 위해 과거와 절연하고 동시에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은 극히 부족하다는 게 당 안팎의 우려다. 특히 장 대표가 임기 내내 강성 지지층에게만 소구력이 있는 ‘체제전쟁’에 집중하면서 수권정당 실현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크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말살 정치탄압 특검수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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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가 국민의힘 현직 의원들과 정치평론가 등을 취재한 결과, 계엄·탄핵·대선패배를 겪은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이끄는 동시에 강력한 대여투쟁력을 보여준 것을 가장 잘한 점으로 꼽은 이들이 많았다.
국민의힘 소속 A의원은 “당을 찢어지지 않게 하신 것이 가장 잘한 부분”이라고 답했고, 같은 당 소속 B의원은 “잘 싸우고 대여투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역대 국민의힘 대표 중에서 대여투쟁을 장 대표 만큼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장 대표는 8월26일 당선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9월21일 대구에서 장외집회(야당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장외투쟁에 나섰다. 또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전국 10개 지역을 순회하는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집중한 장외투쟁 중심의 ‘이재명 정부 때리기’가 효과적이었느냐에 대해서는 당 안팎 모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A의원은 “환율 같은 이슈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으니 이런 부분을 잘 발굴해서 2,3의 콘텐츠를 만들어 갔어야 했다”며 “하지만 장외 투쟁에만 집중하면 이런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B의원 역시 “대여투쟁 메시지가 계속 비슷하다보니, 이젠 더 치고 나가지 못하고 머무르는 상태”라며 투쟁동력이 약화됐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으로서 이재명 정부를 비판할 수있으지만 그것만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책역량 또는 수권정당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정책 의제 등을 발굴해 먼저 제안하는 시도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비판밖에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역시 “장동혁 지도부가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없고 무조건 ‘이재명 아웃·퇴진’만 주장하니 국민들에게 전혀 와닿지가 않는다”고 했다.
|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잠시 문을 열어 장동혁, 우재준 의원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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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지도부가 12·3 비상계엄 사과를 두고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과거와 단절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강성 지지층에게만 소구하는 전략을 이어가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국민의힘 소속 C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계엄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을 의심하고 있다”며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연설 중 ‘나는 황교안이다’를 외치는 상황에서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B의원 역시 “당이 ‘윤석열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며 “이러면 여당의 ‘내란프레임’을 벗어나기 더 어렵다”고 우려했다.
영남 지역구 의원인 D의원 역시 “침묵하는 다수의 의원들도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뚜렷하다”며 “다만 지도부가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힘은 계엄·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정당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계엄에 대한)사과는 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판단해야할 문제다. 국민들이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장동혁 지도부가 당내 ‘단일대오’의 일환으로 한동훈 전 대표 및 친한계(친한동훈) 정리에 나선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 전 대표가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는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연이어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절차도 진행 중이다.
B의원은 “지금은 이런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괜히 당 안팎을 자극시키고 친한계 들고 일어날 수 있는 빌미만 준 것 같다”고 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지금도 계속 뺄셈 정치만 하고 있다”며 “예전에 이준석 내보냈고 지금은 한동훈 몰아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발언을 권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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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서는 장동혁 지도부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잘 치러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화 면접 조사방식을 사용하는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모두 2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B의원은 “현재 지지율만 봤을 때는 지방선거 승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방선거는 개인기가 아니기에 당 지지율이 중요하다. 갤럽 등에서 최소 30%는 나와야 한다”고 했다.
D의원 역시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가면 지방선거가 위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중도와 외연확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 과거와의 단절 및 새로운 변화 등이 이뤄져야만이 지선을 치러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장동혁 지도부의 전략이 통했다면 지지율이 올랐겠지만,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먹히지 않은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경제가 매우 나빠지거나 위기가 터지는 등 대형 악재가 없다면 자력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