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도 커피도 다 오르네”…기후역습에 식품물가 ‘흔들’

by김정유 기자
2024.12.02 07:05:49

작년 약 4000불 카카오價, 최근 9000불대로
오리온·해태 등 초콜릿류 가격 인상 릴레이
기후변화 영향, 회복하려면 최대 6년 걸려
아라비카 원두도 최고치, 동서 등 커피價 인상
가뭄 등에 공급부족, 식품업계 대응 전략 고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한 국내 초콜릿 가공식품 가격이 12월 들어서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재료인 카카오(코코아 가공 전 원료)의 생산량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커피 가격도 원재료인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초콜릿과 커피 모두 원재료 수급 영향이 큰데, 기후변화에 따른 산지 피해가 원인으로 꼽힌다. 한동안 가격 안정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코트디부아르 신프라의 한 농장에 코코아 열매가 놓여 있다.(사진=로이터)
1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t당 9425달러로 전일대비 3.9% 올랐다. 최고점이었던 지난 4월 t당 1만1722달러와 비교하면 다소 내려간 가격이지만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이 4000달러대였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코아는 초콜릿의 원재료 중 하나로 상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지난 6월 롯데웰푸드(280360)를 시작으로 초콜릿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롯데웰푸드는 초콜릿류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올렸다.

12월 들어서도 가격 인상 흐름은 여전하다. 오리온(271560)은 이날부터 초콜릿류 제품 13종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초코송이’와 ‘비쵸비’의 경우엔 가격이 무려 20%나 올랐다. 초코송이는 1000원에서 1200원, 비쵸비는 3000원에서 3600원이 됐다.

해태제과도 초콜릿류 제품인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이날부터 평균 8.6% 인상했다. 농심캘로그도 시리얼 제품 ‘켈로그 첵스초코팝핑’ 가격을 12% 올렸다. 그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왔던 업체들도 하나둘 백기를 들고 릴레이 인상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제과업계에선 코코아 가격이 단기간에 과거의 t당 2000~3000달러대 수준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원재료 가격 하락을 기다리며 버티던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이유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코코아 시세가 평년에 비해 오른 건 기후변화와 카카오 병해로 서아프리카 지역 생산량이 감소한 탓인데, 이를 회복하려면 최소 6년 이상이 걸린다”며 “병에 걸린 나무를 베고 다시 심고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수확 중인 커피콩 (사진=연합뉴스)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미국 뉴욕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3.2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977년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해 70% 가까이 올랐다. 이보다 저렴한 로부스타 원두도 t당 5547달러까지 오르며 가격 상승률 80%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1, 2위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공급 부족 때문이다. 가뭄과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수확량이 줄었다. 글로벌 1위 커피 생산업체 네슬레까지 최근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에서도 동서식품이 지난달 15일부터 자사 대표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의 가격과 자체 원두 제품가격을 올렸다.

코코아나 원두 등 주요 원재료의 경우 대부분 선물로 거래된다. 때문에 4~6개월의 기간을 두고 완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초콜릿이나 커피류 제품 가격 인상이 집중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차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영향을 받으면서 식품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 더 잦아질 것”이라며 “가격 인상시 부담이 큰 국내 식품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처럼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유지하고 양을 줄이는) 전략을 취한다거나 원재료 수급에 다양한 옵션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