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오르고 장마까지…7월 물가 다시 반등"[물가폴]
by하상렬 기자
2024.07.29 06:30:00
이데일리, 전문가 8명 설문조사 결과
7월 물가상승률 전월비 0.3%·전년동월비 2.6%
국제유가·농산물 가격 오르고…환율도 뛰어
"물가 둔화 추세는 지속…하반기 중 2% 밑돌 수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올랐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유류세 조정으로 에너지류 가격이 오르고 장마철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 둔화세가 꺾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부산방향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
28일 이데일리가 ‘7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6%(중간값)로 집계됐다. 지난달(2.4%)보다 0.2%포인트 올라간 수준으로, 전망대로라면 4월부터 이어진 물가 둔화세가 4개월 만에 꺾인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7월 2.4%까지 내렸다. 그러나 그해 8월(3.4%)부터 반등, 10월(3.8%)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다시 둔화했고 올 1월(2.8%) 6개월 만에 재차 2%대로 진입했다. 다만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2월(3.1%)과 3월(3.1%) 다시 3%대로 올랐고, 4월(2.9%)부터 상승세가 꺾여 6월(2.4%) 11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물가는 한 달 전보다 0.3%(중간값)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유가 상승, 유류세 인하 축소 등 요인으로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장마철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5일 기준 이달 배럴당 평균 84.65달러를 기록, 지난달(82.56달러) 대비 2.09달러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5%에서 20%로, 경유에 대한 인하율은 37%에서 30%로 축소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의 경우 이달 평균 1383.69원(지난 27일·오후 3시 30분 가격 기준)을 기록해 지난달(1379.95원)보다 상승했다.
농산물 일부 품목 가격도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평균 적상추(소매) 가격은 100g당 1606원으로 전월(953원)보다 치솟았다. 배추 가격도 1포기당 4716원으로 전월(3599원) 대비 올랐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전월비 오른 것은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며 “나머지는 계절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5%를 기록해 연초 이후 완만한 반등 추세를 이어갔다”며 “6월 국제유가는 전월비 소폭 하락했지만, 환율은 월평균 1370원대 후반까지 상승해 수입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9.7%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로 인한 공급 측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물가가 둔화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하반기 내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밑도는 그림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연간 물가상승률을 2.6%(중간값)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5월 전망치와 동일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8월부터 2%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10월이나 11월 중에는 1%대로 내렸다가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 2%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8월부터는 1%대도 잠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연말로 가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물가 둔화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한은이 부담을 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이승훈 연구위원은 “8월 이후부터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은 2.5%를 밑도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한은이 10월 금리를 인하하는 데에 크게 저항을 안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