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7.17 05:00:00
암살범이 쏜 총알에 부상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막말을 쏟아내며 혐오, 분열을 부추겼던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통합의 메시지를 내걸었다. 그는 14일 보수 성향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암살 시도는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가 함께 뭉칠 기회”라며 “내게 나라를 하나로 모을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강력 비난하려 했지만 완전히 새로 썼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대세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네거티브 대신 국민 통합을 외쳤다는 점에서 변화의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 내 반응은 일단 뜨겁다. 경선에서 트럼프와 맞섰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전당대회 연설 동참을 선언했다. 트럼프와 불화를 겪었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히는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의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연이어 통합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자작극이라는 주장과 미국을 더 분열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증오·분열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론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변화의 폭과 방향을 예단할 순 없어도 ‘통합’ 메시지에 대한 미국 정·재계의 반응에 담긴 의미는 크다. 분열과 혐오를 넘어 저주에 가까운 욕설과 공격이 판치는 오늘의 한국 정치권에도 반성과 쇄신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축제가 돼야 할 대표 경선을 폭력사태의 난장판으로 만든 여당은 물론 대통령 탄핵과 특검에만 매달리며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야당도 모두 성찰의 계기로 삼을 일이다.
극단적 팬덤 정치 문화에 발목 잡혀 여야가 사회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민심을 갈라치는 일이 계속돼선 곤란하다. 정당의 목표가 정권을 잡고 이념과 방향에 맞는 국정 운영을 펼치는 데 있다 해도 여야 경쟁이 증오와 편 가르기로 국민 통합을 해쳐서는 안 된다. 트럼프 암살 시도와 미국의 반응, 변화가 한국 정치권에 전하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