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24.06.13 05:00:00
공인회계사회장 선거 앞두고 3만 회계사가 던진 화두
금융위 회계투명성 강화 제도 마련, 금감원 감리 개선
갈수록 중요해지는 회계, 美 SEC 선례 적극 참조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를 이렇게 대하는 걸 더 이상 못 참는다. 이제는 금융당국에 할 말을 하겠다.”
장외집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오는 19일 회장 선거에서 세 명의 후보(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 중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금융당국에 각을 세울 전망이다. 이번 한공회 선거 유권자인 3만명에 가까운 회계사들이 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회계사들은 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뿔이 났을까.
회계사들은 현 정부의 회계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계정책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추진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크다. 회계사들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됐는데 이를 완화하는 건 회계정책이 뒷걸음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에 금융위가 밸류업 우수기업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까지 추진하자,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게 됐다.
금감원의 감리도 도마에 올랐다. 감리 수위나 방식을 놓고 회계사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재무제표와 직접 관련된 것만이 아닌 인사, 노무, 경영 전반까지 들여다보는 건 ‘월권’이라는 이유에서다.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감리 방식, 상명하복 관계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는 회계사들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회장으로 당선되면 이복현 원장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예고까지 했다.
처음엔 회장 선거를 위한 엄포성 발언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세히 보면 간단치가 않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조직감리에 대한 파장이 회계업계 내부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세계 꼴찌’ 수준으로 고꾸라지자, 후속 대책으로 국가적 논의를 거쳐 도입된 게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다. 회계법인에 대한 조직감리가 과거 낡은 방식으로 계속된다면, 범정부 밸류업 정책도 어불성설이다.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 분식회계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흔들기에 앞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할 때다. 회계업계 내부의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금감원의 전반적인 조직감리 필요성도 있지만 이제는 부작용도 되돌아볼 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무죄 판결 이후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 취지에 맞춰 처벌 중심의 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쓴소리를 금융위·금감원도 경청할 때다.
회계가 바로 서려면 선진국 선례도 적극 참조했으면 한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에 회계 전담조직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두고 강력한 권한과 책임하에 전문적인 회계감독을 하고 있다. 감사원 조치로 금융위 회계팀이 폐지된 문제, 회계 관련해 금감원 계좌추적이 불가한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는 밑바탕에는 탄탄한 자본시장 제도가 있어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회계를 강화하는 탄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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