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후보 올랐던 에이피알, 상장 후 주가는 왜?

by이은정 기자
2024.02.28 05:00:00

코스피 상장 첫날 27% 올라 31.75만원
조대어로 몸집 큰 데다 유통물량·증시 영향
단기 주가는 기업가치보다 수급 변동성
1~2개월 보호예수물량 고려 조정 염두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올해 기업공개 시장 첫 ‘조(兆) 단위’ 대어로 관심을 끈 에이피알(278470)이 코스피 입성 첫날 27% 상승 마감했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한창인 상황에서 수요예측에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고, 황제주 자리까지 노릴 만큼 이목이 쏠렸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따따블(공모가의 4배)’은 없었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에이피알은 공모가(25만원) 대비 6만7500원(27.00%) 상승한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87.00% 상승한 46만75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내 상승 폭을 축소했다. 에이피알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4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이피알의 공모가 기준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8960억원으로, 만약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면 단숨에 SK바이오팜(326030), 한화오션(042660)을 비롯해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시총 7조원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에이피알이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를 넘었을 것”이라며 “기업과 산업을 고려하면 PER 30배를 웃돌아도 싸지 않은 수준으로 보이는데, 조 단위 기업에 대해 첫날 가격제한폭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공모주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코스닥에 상장했던 중소형주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35.92%이나 증권가에서는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상장 직후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컸던 코스닥 중·소형주는 몸집이 가볍고 유통물량 규모를 고려하면 수급 측면에서 더 튈 수 있지만, 조 단위 기업은 밸류에이션 부담에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에이피알의 유통물량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높게 평가받았던 비상장 발행시장과 상장한 이후 유통시장에서의 자금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아무리 기업이 좋아도 발행시장에서 유통시장으로 오는 물량이 많아지면 굳이 들고가려고 하지 않고 일단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 때 투자한 기관은 상장 첫날 시초가 무렵에 대략 70%는 기계적으로 파는데, 그 물량을 받고 올라갈 만큼 시장의 자금이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내 증시의 흐름도 약세였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 가까이 하락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자금이 엔비디아나,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라 수급이 분산된 하루”라며 “기업 펀더멘털이 긍정적이라고 해도 증시에서 마치 2차전지 테마처럼 성장성에 베팅할 만큼 화장품이 주도 섹터가 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장 직후는 사실상 기업가치를 떠나 수급으로 오르내리는 만큼, 점차 적정가격을 찾아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당분간은 주가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결과적으로 근래 조 단위 공모주 중에서 에코프로 계열주를 제외하고 이 정도 흥행한 기업은 오랜만에 등장했다”며 “상장 직후 수급 변동성이 커 단기 주가 흐름을 보기보단, 에이피알의 향후 실적 흐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1~2개월 안에 풀리는 보호예수 물량이 10만원 이하에 형성된 비중이 좀 있어서 향후 주가가 더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