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지각변동... M7이 끌고, 노·토가 민다
by양지윤 기자
2024.02.01 05:00:00
세계 시총 톱30, 9곳이 AI 관련
바이오·신에너지도 부상
AI, 전 사업 응용 기대 커져
[이데일리 양지윤 박종화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가 돌아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매출(620억달러)을 거둔 MS의 부활을 표현한 문장이다. 2010년대 스마트폰 바람 속에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던 MS는 이제 스마트폰 시대의 상징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인공지능(AI)과 그 인프라인 클라우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AI 산업의 맏형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AI가 일상과 산업계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MS가 2년 2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되찾았고, AI·반도체·바이오·신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4차 산업혁명 관련주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MS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시총 3조90억달러(약 4018억원)을 기록, 애플(3조2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등극했다. 30일 기준 MS 시총은 3조367억달러(약 4054조원)로 불어나며 애플과 시총 격차를 더 벌렸다.
MS의 시총 1위 탈환은 글로벌산업 지형도가 정보기술(IT) 기기에서 AI로 바뀌고 있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애플에 밀렸던 PC 시대 최강자 MS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면서다. 2019년부터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7조3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AI 모델 기반 ‘코파일럿(Copilot)’을 운영체계(OS)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폭넓게 적용하며 개인은 물론 기업 시장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지난 2011년 AI 기반 비서 ‘시리’ 출시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몸값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세주도 AI가 꿰차고 있다. 블룸버그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세계 시총 상위 30위권 중 9곳이 AI 관련 기업들이다. MS를 제외하고도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TSMC, 삼성전자, ASML, 브로드컴 등이 있다. 이중 5개 종목이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로 분류되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유럽 증시에서 시총 3위까지 치고 올라온 ASML도 AI 열풍이 기폭제가 되고 있다.
바이오 테크의 약진도 눈에 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만 치료제 시장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존슨앤드존슨과 화이자를 제치고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도주로 떠올랐다. 특히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 시총은 3760억달러까지 불어나며 지난해 9월 LVMH를 제치고 유럽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했다.
신에너지에 올라탄 일본 토요타도 글로벌 증시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토요타는 전기차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친환경로 평가받는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현실적 대안으로 전기와 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올라 지난 24일 일본 증시에서 새 역사를 썼다. 시총 48조2516억엔(약 438조9100억원)을 기록, 1987년 이후 37년 만에 역대 최고 시총을 달성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챗GPT로 시작된 AI 시장은 올해부터 전기전자, 자율주행, 금융, 보안, 메타버스, 로봇, 헬스케어 등 전 산업 응용처로 확대되며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와 반도체 생태계에도 탄력적인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