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제보 파격 포상”…한국판 휘슬블로어법 좌초 위기
by최훈길 기자
2023.12.14 05:00:00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불투명
‘한도 없애고 제재금 30%까지 포상’ 내용 담겨
정무위측 “재정 부담 작고, 내부신고 활성화 효과”
금융위, 법안과 별도로 포상금 시행령 개선 추진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각종 비리를 신고한 내부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성 있는 법안조차도 표류하고 있어서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 처리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 의원은 “정쟁으로 파행이 계속되다 보니 법사위에 법안이 막혀 있다”면서 21대 국회에서 불발될 우려를 내비쳤다.
해당 법안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현행 포상금 한도(30억원)를 없애고 과징금을 비롯한 제재금의 30%까지 포상금이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제보자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도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한국판 휘슬블로어(whistleblower)’ 법안이다.
앞서 SEC는 올해 5월에 내부 고발자 1명에게 포상금 2억7900만달러(3700억원)를 지급했다. SEC는 이 같은 내부고발로 40억달러(5조원) 넘는 투자자 피해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고 봤다. 포상금 강화에 따라 SEC에 접수된 제보 건수는 2010년 334건에서 올해 1만8354건으로 늘어났다. (참조 이데일리 12월11일자 <내부고발자에 3700억원 포상금…5조원 개미 피해 막았다>)
반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제보자에게 지급한 우리나라 포상금 연간 총액은 재작년 1185만원, 지난해 0원, 올해 1억850만원에 불과하다. 익명 제보는 불가능하다. 포상금 재원은 금융사가 부담하는 감독분담금이기 때문에 재원이 한정돼 있다.
관련해 정무위 측은 ‘쥐꼬리 보상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수 정무위 전문위원은 해당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과징금 등) 환수된 금액의 일부로 지급되는 것이라 재정당국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작다”며 “오히려 내부신고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도 일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포상금 제도 개선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이 안 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일단 시행령·규정 개정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14일부터 내달 8일까지 입법예고 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규정 개정안에는 △부당이득 규모를 포상금 산정기준에 반영 △익명 신고 도입 △정부 예산을 통해 포상금 재원 마련 등이 담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제도와 관련한 금융위·금감원·거래소 간 협업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