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흔들려도 이상無’…해외매출 늘리니 마진도 ‘UP’

by이후섭 기자
2023.11.09 05:20:00

[해외로 뻗는 K푸드]①오리온·삼양,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비결은 ‘해외’
해외마진 훨씬 좋고, 현지 생산체제로 안정적 실적 창출
최근 3년 월평균 가계지출 2.9% 늘었지만 식료품은 8.9%↓
이정희 교수 “글로벌 가속화 기회 왔다…시장 더 커질 것”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2~4%에 머무는 가운데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회사들이 눈에 띈다. 해외매출 비중이 60~70%에 달하는 오리온(271560)과 삼양식품(003230)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지난 2017년부터 해외매출 비중이 40~60%를 넘나들었고, 영업이익률도 10% 이상을 유지해왔다.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한계와 고물가·고환율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고심이 깊어진 식품업계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찌감치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의 시장 공략에 나선 라면·제과·제빵 업체들은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제대로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어서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웰푸드(280360), 동원F&B(049770) 등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원재료값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고환율·고유가 등 원가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은 단연 해외 사업 확대다. 내수보다 이익이 많은 마진이 좋은 해외 매출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누적기준 해외 사업 영업이익률은 7.2%로 국내(4.5%) 보다 월등히 앞서면서 전체 이익률이 1%포인트 개선됐다.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출은 지난 2019년 6000억원에서 지난해 8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며 해외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이에 더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고환율이나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 상승 등에 휘둘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식품업계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최근의 환율·유가 상황이면 대부분 기업이 고사직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 매출을 늘리면서 대외 경제 요건에 널뛰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시장이 더욱 쪼그라든 점도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 식품외식통계’에 따르면 전국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지난 2020년 323만9681원에서 2022년 333만3576원으로 2.9% 늘어났다. 하지만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은 같은 기간 38만1056원에서 34만7324원으로 8.9%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해외 수출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에서 국내 식품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국내 식품업계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