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간다니까'… 서학개미, 뜨거운 엔비디아 사랑
by김인경 기자
2023.09.04 06:30:00
8월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미국채 3배 ETF
2위는 엔비디아…7월 34억원에서 8월 2266억원 ''껑충''
호실적 나오자 버블 우려 잦아들며 투심 쏠려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오를 만큼, 올라도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사랑은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2분기 호실적을 내며 500달러 목전까지 올랐지만 서학개미는 여전히 엔비디아를 순매수하며 하반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8월 1~31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담은 해외 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미국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상장지수펀드(ETF)’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7월(1억815만달러·1429억원)에 이어 8월에도 이 상품을 1억9116만달러(2526억원) 순매수했다.
이 ETF는 20년 이상 만기의 초장기 미국 국채로 구성된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조만간 금리인상 기조가 종료하면 시장 금리도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미국 국채 10년물이 4.35%에 육박하며 2007년 1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채권 가격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ETF가 아닌 일반 종목 가운데 지난달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는 1억7184만달러(2266억원)로 집계됐다. 7월 순매수액인 251만달러(34억원)와 비교해 급증한 수치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2분기(5월~7월) 매출액이 135억1000만달러(17조8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1% 증가했으며, 주당순이익(EPS)은 2.7달러(3600원)로 429%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주당순이익이 모두 시장 추정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생성형 AI 사업 확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늘어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이 실적을 통해 엔비디아는 ‘버블 논쟁’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219.75% 급등했지만, 글로벌 AI 반도체에 대한 실제 수요보다 기대감만으로 올랐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중동과 중국 등지에서 주문이 밀려오며 매출액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실제 엔비디아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불거진 8월 한 달 동안에도 5.62% 상승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실적이 나온 후(8월 23~31일) 서학개미가 1억3122만달러(1734억원) 순매수세를 보인 점에 주목한다.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2분기 호실적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추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GPU와 그래픽 카드를 팔던 업체에서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이 결합한 AI 서버를 공급하는 컴퓨팅 플랫폼 업체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업체와의 다른 기준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 상향은 생성형 AI 관련 수요 확대가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8월 서학개미가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변동 폭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ETF’이며 아이온큐, 아이셰어즈 20+미국채 엔화 헷지(I 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가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