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운용사가 떠안는다"…손익차등형 공모펀드 '속속'
by이은정 기자
2023.08.03 06:15:00
한투운용, 8일 글로벌신성장 손익차등형 펀드 설정
AI·반도체·전기차·바이오·우주 등 주도주 분산 투자
공모펀드 위축 속 안정적 이익에 투자자 수요 몰려
"성장주 손실 우려 시 대안" 여타 운용사도 내부 검토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손실 우려보다 이익을 우선 기대할 수 있는 ‘손익차등형’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글로벌 신성장 테마에 분산 투자하는 신규 펀드 설정에 나서며 공모펀드 신뢰도를 높이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 글로벌신성장증권투자신탁 1·2호를 오는 8일 설정할 예정이다. 사모재간접형 손익차등형 펀드로 △손실은 마이너스(-) 15%까지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 등 후순위 투자자에 △이익은 10%까지 선순위 투자자인 고객 이익으로 우선 배정한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바이오·명품·우주경제·클라우드 7개 테마에 분산 투자한다. 한 테마에 집중되면 만기 등 이유로 특정 기간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어서다. 각 테마로 운용 중인 하위 7개 사모펀드에 투자한다. 재간접펀드가 한 펀드에 투자 가능한 최대 비중을 20%로 제한해 1·2호 공모펀드가 7개의 사모펀드에 동일 비중(14.3%)으로 투자한다.
운용업계 일각에선 손익차등형 펀드를 ‘트렌디한 공모펀드’라고도 부른다. 공모펀드는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덩달아 위축되고, 상장지수펀드(ETF) 급성장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손실 우려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공모펀드임에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중소형 운용사가 내놓은 상품이 잇따라 완판되면서 손익차등형 펀드에 대한 시장 수요도 증명됐다는 평가다.
윤병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공모펀드는 과거 사모펀드와 달리 당국의 관리, 법·지침상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음에도 불완전 판매 이슈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며 “까다로운 가입 절차에도 고객이 공모펀드를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신뢰와 경험을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 글로벌신성장펀드는 시가총액과 연구개발(R&D) 비중 등 정량적 분석과 종목 리스크 등에 대한 정성적 분석을 통해 테마별 주도주를 구성한다. 대표주는 △엔비디아(반도체) △마이크로소프트(AI)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자율주행 전기차)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바이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명품) △보잉(우주경제) △오라클(클라우드) 등이다.
윤 CMO는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세가 지속한 상황에서, 개별 주식 투자 변동성과 손실을 우려하는 투자자에게 글로벌 신성장 산업에 분산투자하는 이번 손익차등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종합운용사들도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나, 우선 선발주자의 흐름을 살피는 분위기다. 자본금 등에 한계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출시가 시장 규모의 성장보다는 공모펀드에 대한 인식 제고 차원에 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운용사 한 임원은 “자본금이 한정돼 있는데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연간 손익에 반영돼 오너십이 없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중대형 운용사의 손익이 대체로 300억원 규모인 걸 고려하면 10% 손익이 투자로 좌우되는 불안정성 때문에 이사회 등을 거쳐 출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영세한 운용사에게는 어려운 구조지만 빛바랜 공모펀드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한투운용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