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엔비디아 악재에 빅테크 약세…랠리도 멈췄다

by김정남 기자
2022.08.09 06:09:33

엔비디아 악재에 미 3대지수 반락
반도체주 외에 빅테크주도 떨어져
인플레 정점 찍었나…7월 CPI 주목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큰 변동성 속에 혼조 마감했다.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기술주 전반이 악영향을 받았다.

(사진=AFP 제공)


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9% 상승한 3만2832.54에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2% 내린 4140.0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0% 떨어진 1만2644.46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근래 랠리 흐름을 이어받아 장 초반부터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장중 굴지의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증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CNB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67억달러로 예상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81억달러)보다 큰 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24일 공식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특히 게임 관련 매출액이 20억 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할 것으로 엔비디아는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만드는 콘솔 게임기 판매가 부진해지자, 이들에게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엔비디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6.30% 하락한 177.93달러에 마감했다. AMD(-2.19%), 브로드컴(-1.07%) 등 반도체주들은 덩달아 하락했다. 애플(-0.29%), 마이크로소프트(-0.92%), 알파벳(구글 모회사·-0.07%), 아마존(-0.99%) 같은 빅테크주들도 악영향을 받았다.



최근 7월 고용보고서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다소 잦아든 상태다. 다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이날 컨퍼런스보드가 내놓은 7월 고용추세지수(ETI)는 117.63으로 전월(118.71) 대비 떨어졌다. ETI는 일종의 고용시장 선행지수다. 컨퍼런스보드의 프랭크 스티머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노동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지표로 나타나는 움직임은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3대 지수의 낙폭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에 주로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시장은 오는 10일 나오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월가의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예상치는 8.7%다. 전월(9.1%)보다 다소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것이라는 의미다.

CPI에 앞서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은 다소 하락했다.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은 7월 6.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3.2%로 전월과 비교해 0.4%포인트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0%보다 한참 높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수치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증시 랠리는 강력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이유로 경보를 해제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강세 흐름을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4%,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80% 각각 올랐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 오른 배럴당 9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근래 8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90달러대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