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사드, 코로나…한중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나선 문희상

by박기주 기자
2022.07.19 06:24:07

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중우호포럼'' 축사 예정
"한중, 운명적인 이웃..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반자"
사드 및 코로나19 ''한중 경색'' 국면서 중재자 역할
日 강제징용 관련 ''문희상안'', 협상 기초 다져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동주공제(同舟共濟). 원수도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풍랑을 만나면 서로 힘을 합친다는 뜻이다. 이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동아시아 외교전략을 압축한 단어기도 하다.

문 전 의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등 갈등 국면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가깝지만 먼’ 한·중·일의 관계를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당시 문 전 의장이 제시했던 방안들은 여전히 동아시아 외교의 토대가 되고 있다. 문 전 의장은 오는 19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이데일리TV·한중수교3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차하얼학회 공동 주최로 열리는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한중 우호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문 전 의장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수천년 동안 한자문화를 공유했으며, 역사적 배경을 함께 해왔다. 한국과 중국은 운명적인 이웃이며 양국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반자”라고 현재 한중 관계를 진단했다.

또한 그는 “한중 양국은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세계경제침체의 파고를 함께 넘어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며 “양국이 ‘동주공제(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의 마음으로 미래지향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인동초평화포럼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문 전 의장이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2018년 7월, 해당 시기는 한국과 중국의 민심은 각각 반중, 반한 감정이 크게 두드러지던 시기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6년 사드 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한한령(限韓令) 정책이 시행됐고, 그 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결책 없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한중관계 해결을 위해 문 전 의장은 2019년 5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중국을 방문, 한중 교류의 폭을 넓혔던 경험을 발판 삼아 직접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딩시 순방 일정은 문 전 의장이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불과 사흘 만이었다. 심장 시술을 받아 스텐트를 4개나 박은 상태로,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지난 5년간 국회의장이 중국에 오지 못했다. (방중)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방중 기간 한국 국회의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장 등과 만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이어진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코로나19 탓에 불발되긴 했지만 이듬해 시진평(習近平) 주석의 방한 계획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초기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며 ‘혐중(嫌中)’ 정서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할 당시에도 문 전 의장은 ‘동주공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2020년 2월 싱 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전화위복이라고,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하면 양국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는)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같이 힘을 합쳐서 극복해야 하는 사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의 평온한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 중국이 교착상태인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 동아시아의 안정적인 외교를 꾀하기도 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신년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문 전 의장의 외교 감각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발휘됐다. 그는 2017년 일본 특사의 자격으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만나며 문재인 정부의 대(對) 일본 외교의 물꼬를 텄다.

당시 가장 큰 화두는 박근혜 정부가 결정한 바 있는 ‘위안부 합의’였다. 문 전 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합의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취지의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했고, 일본의 전향적 입장을 받아냈다. 자칫 한일 관계가 더 경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재협상 가능성을 끌어낸 것이다.

이후 문 전 의장은 일본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한일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이른바 ‘문희상안’을 발의했다. 책임 있는 일본 기업과 경제협력자금으로 성장한 한국기업 등을 포함한 양국 기업이 기부금을 자발적으로 내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당시 피해자 측의 반대와 일본의 무반응 등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지만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문희상안’이다. 현재 한일 외교 테이블에 올려지는 대부분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들은 이를 기초 골격으로 하고 있다.

△1945년생 (경기 의정부)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 정보위원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14·16∼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20대 후반기 국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