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기울어진 연차수당제 바로잡아야
by송길호 기자
2022.07.15 06:30:00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최근 한 사업자로부터 연차수당에 관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2021년 1월 1일부터 근무해 2022년 1월 2일 퇴사하는 직원이 15일치 연차수당을 청구했는데 어쩔 수 없이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직원의 경우 2021년에 법으로 정한 11일 연차는 다 사용한 상태다. 1월2일 퇴사하는 직원에 대해 연차수당을 모두 지급하는 건 직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회사가 퇴사자가 미래에 사용할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연차는 2020년 9월 헌법재판소 판결처럼 당해 연도가 아니라 전년도 1년간의 근속 및 출근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지닌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시절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전입 1년차 근로자라도 2년차 연차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3항을 단순히 삭제하는 방식이었는데 해당 조항은 전입 1년차에 사용한 휴가일수를 2년차에 획득하게 되는 연차 15일치에서 제외하는 내용이었다.
근속기간 2년 미만 근로자라도 휴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 결과 헌재의 판결과도 모순을 초래했다. 해당 퇴직자처럼 입사 2년차에 단 하루만 출근해도 해당 년도에 획득할 15일의 연차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해당 조항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해당 퇴직자는 1년차에 소진한 11일치 연차를 제외한 4일만 연차로 청구할 수 있었다.
전년도에 대한 보상이란 논리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할 수도 없는 퇴사자의 미래 연차를 사용자가 보상해야 하는 모순을 낳게 됐다. 이렇게 불합리한 연차수당제도는 문재인 정부시절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으로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적용됐다. 2017년 11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 직후 고용노동부는 전입 2년차에 며칠을 근무하든 15일치의 연차가 발생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행히 사법적 판단은 달랐다. 2021년 10월 14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연차의 목적을 고려해볼 때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연차가 보상된다고 판단했다. 연차의 목적은 일정 기간 출근한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유급으로 근로의무를 면제해줌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기 위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1년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더 이상 근로계약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연차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마디로, 연차는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다는 전제 하에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친노동정책을 바로잡는 현명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노동자의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상식에 벗어난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보장은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선 문재인정부시절 지나치게 경도된 노동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연차수당제도를 바로잡는 일은 그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