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손가락 저리고 힘 빠진다고? '팔꿈치 터널 증후군' 의심
by이순용 기자
2022.05.18 06:20:01
[박장호 이춘택병원 제3정형외과장] 척골 신경은 손 근육의 중요한 신경으로, 특히 손을 이용한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 시에 주된 역할을 하는 신경이다. 이 척골 신경이 팔꿈치 안쪽에서 눌리거나 긴장, 마찰 등에 의해 압박성 신경병증을 일으키는 것을 팔꿈치 터널 증후군이라고 한다.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저리거나 통증이 있고,
감각 이상, 힘 빠짐 등의 증상을 띄며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들 사이의 근육이 마르면서 마치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의 30~50%는 뚜렷한 이유가 없지만, 신경이 주행하는 터널의 내부가 좁아져 신경이 압박되거나 염증성 부종, 종양이 발생해 관이 좁아진 경우, 그리고 반복적으로 팔꿈치를 구부리는 동작이나 신경의 직접적인 압박에 의해 발생한다. 팔꿈치를 구부리면 터널 내의 압력이 증가하고 면적이 감소해 척골 신경에 대한 압력이 증가한다. 또한 신경이 재발성 탈구를 일으키면서 반복적으로 마찰하거나, 신경이 탈구되면서 인대나 뼈 사이에 끼이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환자의 임상 증상이 가장 중요하며, 그 외에 전기적 검사는 팔꿈치 터널 증후군을 확진하거나 다른 여러 질환을 배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흔한 증상으로는 약지와 새끼손가락의 저림, 통증, 감각 장애 및 근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팔꿈치 내측으로 돌출된 뼈(내상과)의 아래 부위로 압박을 가했을 때나 팔꿈치를 장시간 구부리고 있으면 증상이 유발 또는 악화하기도 한다. 또한, 엄지와 두 번째 손가락을 이용하여 물건을 집을 때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경한 경우 보존적 치료로 상당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의 적응증으로는 증세가 경미하면서 해부학적 변형이 없고, 전기적 검사에서 신경의 기능 저하가 심하지 않은 경우다. 장시간 팔꿈치를 구부려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척골 신경을 압박할 수 있는 반복적인 팔꿈치 구부림을 금하고, 소염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시 팔꿈치를 많이 구부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밤에만 팔꿈치를 약 30~40도 정도 구부린 상태에서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낮에도 착용을 권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를 6개월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호전이 없는 경우, 근 위축이나 마비를 보이는 경우, 해부학적 변형이 동반된 경우나 신경의 재발성 탈구가 있는 경우 등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지속되는 손가락 저림이나 힘 빠짐 등의 증상이 있다면 정형외과에 내원해 정확한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