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기준금리 인상은 적절했나
by송길호 기자
2022.02.09 0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와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들은 서로 불가분의 상호작용을 미치며 공동변화(co-movement) 한다.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차이인 GDP갭과 함께 물가안정목표와 실제물가상승률 차이인 인플레이션갭의 변화를 관찰하여 중립금리 수준을 추정하고 기준금리를 조율한다. GDP갭과 인플레이션갭이 제로(0)라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룬 바람직한 수준이다. 이처럼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금리를 중립금리(neutral rate of interest) 또는 자연금리(自然金利)라 한다.
시장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이탈하는 정도가 확대될수록 경제순환도 그만큼 왜곡되어 위험과 불확실성이 도사린다. 금융시장이 역내 거시경제 현상을 적정하게 반영하면 대내외 위기가 닥치더라도 별다른 충격 없이 극복할 수 있다. 특정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금융을 남용하다보면 실물과 금융의 괴리를 초래하여 그 사회의 위기대응 능력은 저절로 줄어든다. 생각컨대,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금융불균형 현상과 부동산시장 소용돌이 해법도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에서 초래된 사항으로 그 해법도 정해져 있는 셈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연이어 인상하여 1.25%로 조정하고 ‘경제흐름’, ‘중립금리’, ‘준칙금리’ 같은 여러 기준으로 비춰 보면 기준금리가 연 1.5%로 오른다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시장은 중립금리나 준칙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숨 가쁘게 진행되는 기준금리 인상 목표가 무엇인지 아리송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긴 셈이다. 기준금리인상이 거시경제 상황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인지, 부동산시장 같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인지 모호하다. 성장이나 인플레이션이 크게 높은 미국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 어떠한 사태가 전개될까?
3년 전 2018년 12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하면서 “이번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중립금리’에 못 미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기가 양호하다고 강조하며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국내 중장기 채권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로,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로 반전했다. 경기하강 가능성을 미리 경고한 (채권)시장의 예측능력이 보다 정확했음을 이후의 경기 동향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만약 시장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벗어나면 경기변동을 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도 변동시킨다.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는 시장금리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금리경로(金利經路)를 세심하게 살펴서 시장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채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펼치는 전문가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율보다 낮으니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국고채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비교하여 금리가 마이너스 실질금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고성장·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일까? 시장참여자가 거의 기관투자가로 제한된 국고채 금리를 시장금리로 본다는 건 금융시장 흐름을 비정상화 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까마득한 옛적에 사마천이 훈계하였듯이, 세상살이에 필요한 재화의 가격은 오르다가 내리기도 하고, 내리다가 오르기도 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유도한다. 물물교환이 아닌 화폐경제 아래서는 실물과 금융을 연결하는 고리인 금리가 중립상태라야 가능하다. 이 불변의 이치를 무시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려다가는 시장을 망치고 백성들의 삶을 고달프게 만든다. 커다란 대가를 지불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도 실문부문과 금융부문의 괴리로 말미암은 대참사였음을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