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리안위성 5호, 기후위기 막아줄 기대주
by김경은 기자
2021.10.20 06:30:00
[박광석 기상청장] ‘벌써 72시간째다. 중국 상하이 부근 바다에서 쳇바퀴처럼 돌면서 횡보 중이다. 직선거리로 치면 동쪽으로 겨우 200km 남짓 이동한 셈이다. 세력을 키워서 우리나라로 향할지 아니면 일본 쪽으로 갈지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9월에 발생한 제14호 태풍 찬투(CHANTHU)를 지켜본 얘기이다. 다행히 찬투는 제주도 남쪽 해상을 지나 일본 쪽으로 이동했고, 우리나라는 남부지방이 태풍의 영향권 아래 들기는 했으나 더 큰 피해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 모든 광경을 놓치지 않고 태풍의 세력과 선회지점을 예의 주시하며 ‘실시간 정보 제공’이란 공로를 세운 물체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2A호이다. 이렇듯 정지궤도 기상위성은 태풍과 같이 넓은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위험기상 현상과 순식간에 발달해 돌발성 호우를 유발하는 구름인 대류운을 연속적으로 관측하고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최근 10년간(2010~2019) 국내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는 모든 기상재해 유형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전 10년에 비해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25개에서 40개로 60% 증가했으며, 특히 2019년에는 가장 많은 7개의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오늘날은 신기후체제 하에서 기후위기가 태풍의 불확실성과 극단성을 점점 증가시키고 있어, 다양한 위험기상 간의 복합적인 상호관계를 고려한 태풍 예측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천리안위성 2A호를 이용한 태풍의 발생·발달·이동에 대한 실시간 감시는 선제적으로 태풍에 대비하고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 있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실제로 2019년 제5호 태풍 다나스와 작년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이동경로와 위험성을 2A호가 신속하게 분석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태풍예보와 국가적 대응에 있어 그 기여도가 더 컸다.
기상청은 이러한 태풍과 같은 위험기상을 앞으로도 위성을 이용,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후속위성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 임무가 종료될 예정인 천리안위성 2A호를 대신할 후속위성 개발 사업을 2023년에 착수하고 2029년에 완료해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천리안위성 2A호를 이을 천리안위성 5호는 위성체와 관측센서의 성능이 더 업그레이드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소규모 산불 탐지능력 향상과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정확도 높은 지면도달 태양복사량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에 특화된 천리안위성 5호의 24시간 위험기상 탐지 기술은 약 8000억원의 피해 복구비용을 저감할 것으로 보이고, 건설·농업·물류 등 산업 전반에 걸친 폭넓은 기상정보 활용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우주산업 관련 분야에서 약 5400억 원 규모의 생산 유발과 56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초의 독자적인 우주 발사체 발사, 달 탐사 추진,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 등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