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행'과 '이익추구'의 갈림길로 내몰린 '일산대교'
by정재훈 기자
2021.09.14 06:00:00
2009년 일산대교 인수한 국민연금, MRG 권리도 얻어
경기도 역시 12년간 MRG 470억원 꾸준히 공단에 지급
''저금리 전환'' 두고 벌인 2019년 재판서 道 패소하기도
경실련 "민투법 기반 사업 추진…계약사항 존중돼야"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하루 10만 대에 가까운 차량이 이용하는 일산대교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무료화’ 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지사는 이번달 초 국민연금으로부터 운영권을 회수해 10월부터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일산대교 운영회사인 일산대교의 지분 100%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적절한 보상과 법과 원칙에 따른 해결을 요구하자 이 지사는 국민연금공단을 불법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과연 국민연금은 이 지사가 공격하는 것처럼 불법 부도덕한 집단일까.
이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을 배임·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불법부도덕 행위를 하는 집단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의 임창열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부터 건설을 추진한 일산대교 사업을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하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일산대교는 28개 한강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km당 652원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67원)의10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당연히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일산대교 요금소에서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처분 추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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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산대교는 1784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돼 건설한 다리다. 2008년 5월 개통 후 2038년까지 운영을 맡은 일산대교를 국민연금이 그 이듬해 당시금호산업이 보유했던 일산대교㈜ 지분 100%를 1254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는 일산대교를 운영하면서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손실을 보장해 주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금인 ‘MRG’에 대한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공개한 경기도와 일산대교㈜가 맺은 실시협약에 따르면 경기도는 사업시행자인 일산대교의 자격 및 권한과 권리를 철회·취소·박탈·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일산대교를 통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지난 2019년 경기도는 일산대교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저금리로 전환하라고 명령한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으로부터 일산대교를 운영하는 일산대교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일산대교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이던 임창열 전 지사가 추진했고 수익 구조가 과다하게 책정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기재부의 민자사업 추진 원칙 중 가장 핵심이기도 한 ‘수익자부담’이 충분히 검토된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투법에 기반한 계약을 통해 시설을 만들고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계약사항에 대해서는 분명히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산대교는 경기도와 대림산업 등 5개 주체가 2038년까지 30년 동안 최소 운영수입(MRG 88%)을 보장하는 민간투자방식으로 건설됐다. 이후 금호산업을 거쳐 국민연금공단이 2009년 12월 일산대교㈜의 지분 100% 인수했다.
2008년 개통 당시 1일 통행량이 2만1461대였으나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가 들어서면서 2020년 기준 1일 통행량이 7만2979대로 늘었다. 개통 당시 1000원이었던 통행료는 2회 인상돼 현재는 승용차 편도 12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