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친 70대 시위자에 "설정" 음모론…與 내부서도 "충격"

by이준기 기자
2020.06.10 03:55:44

"내가 보니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져" 트윗
롬니·콜린스·머코스키 등 공화당 상원의원 반발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반(反) 인종차별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넘어져 다친 70대 노인의 행동을 두고 별다른 근거도 없이 ‘설정’일 수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75세의 마틴 구지노가 지난 4일 밤 8시께 뉴욕주 버펄로 시위 현장에서 진입에 나선 경찰에 의해 밀쳐져 머리 부위에서 피가 흐르는 영상이 공개됐고, 이후 경찰의 과잉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해 “내가 보니 그는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며 “설정일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구지노를 ‘안티파’ 선동가라고 주장하며, 이런 주장을 보도한 우익 매체의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반파시스트)’의 줄임말로 1946년 나치즘에 반대한다는 독일어 표현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극좌파’ 정도로 통용된다.



다행히 머리를 심하게 다친 구지노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지노를 밀친 시위진압팀 경찰팀 소속 경관 2명은 무급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같은 팀 소속 57명은 과잉징계를 주장하며 항의 표시로 집단 사임계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버팔로 검찰은 이들 경관을 2급 폭력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화당 중진이자 반(反) 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트윗은 충격적”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높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도 취재진과 만나 “재판을 앞둔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은 “불 난데 부채질하는 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