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부활 뱃고동]②'해운동맹'으로 생존율 높인 현대상선..마지막 퍼즐은 SM상선과 통합

by남궁민관 기자
2019.07.09 05:01:00

글로벌 해운 합종연횡 물결 올라탄 韓해운
글로벌 선복량 9위 오른 현대상선
3대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
넘버2 SM상선과 출혈경쟁 불가피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2015년 2분기부터 16분기 연속 적자행진, 금융감독원 선정 ‘주채무계열’ 기업 30곳 선정(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 625%). 경영부진 관련 소식 일색이었던 현대상선이 이달 모처럼 만에 희소식을 전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1일 전세계 3대 해운 얼라이언스(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세계 해운업계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규모의 경제’ 구현 물결이 거세다. 현대상선의 이번 디 얼라이언스 가입은 향후 생존율을 높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세계 해운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키우기’ 역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상선과 SM상선 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해운업 부활의 결정적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2개에 이르는 국내 근해선사들은 이미 자율적 통합작업을 전개 중이기도 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011200)은 지난 1일 디 얼라이언스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고, 관련 경쟁 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0년 4월부터 2030년 4월까지 기존 회원과 협력을 펼칠 예정이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ONE, 대만 양밍 등 전세계 10대 해운사 중 3곳이 가입돼 있으며, 2M(머스크라인, MSC)과 오션얼라이언스(CMA-CGM, COSCO, 에버그린라인) 등과 함께 전세계 3대 해운 얼라이언스로 꼽힌다.

얼라이언스 가입은 최근 수년간 전세계 해운업계를 괴롭힌 물동량 증가세 둔화 및 선박 공급과잉, 그리고 이에 따른 운임 하락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얼라이언스 가입 시 단독 운항사 대비 관리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고 무리한 운항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안정적 사업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 회원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잘 계획된 서비스 노선에 선박들을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3대 해운 얼라이언스 체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대상선의 이번 가입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올해 초까지도 2020년에 해운동맹의 재편이 일어나고 재구성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얼라이언스들의 계약연장 합의로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영 선복량 기준 전세계 9위까지 구성된 3대 해운 얼라이언스에 9위인 현대상선이 마지막으로 동맹가입에 성공함으로써 그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다만 양 선임연구원은 “3대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고 모든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올해 6월 기준 42만5550TEU 규모로,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인 하파그로이드(170만TEU), ONE(154만TEU), 양밍(65만TEU)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2만3000TEU급 12척)과 2021년 4월(1만5000TEU급 8척)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받아 82만1550TEU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에 더해 현대상선에 SM상선을 더하는 통합작업이 국내 해운재건의 핵심 퍼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당사자인 현대상선과 SM상선은 통합 가능성을 지속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는 양사 합병에 강한 의지를 갖고 해양수산부를 통해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업계 내부에서도 이미 양사 간 합병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선사들은 2개의 원양, 12개의 근해 컨테이너선사가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스스로도 현재 자신들의 규모를 갖고는 더욱 치열해지는 정기 컨테이너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원양선사는 ‘글로벌 원 메가 캐리어(Global One Mega Carrier)’, 근해선사는 두·세개의 ‘리즈널 메가 캐리어(Regional Mega Carrier)’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 근해선사 통합과 관련 현대상선의 입지 변화는 구심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근해선사 간 자율적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해운연합(KSP) 관계자는 “근해 선사들은 일단 M&A 형태의 통합보다는 노선 통합으로 협력의 방향을 잡은 상황”이라며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함에 따라 내년 4월까지 노선 정리를 진행함에 따라, 근해선사들 역시 현대상선 노선에 맞춰 향후 9개월 간 활발한 노선 통합 작업에 속도를 올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선 통합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자율적인 M&A도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합병이 추진될 경우 근해선사들의 통합 작업도 달리 전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롤프 하벤 얀센 하파크로이트 사장, 제레미 닉슨 ONE 사장, 브론손 시에 양밍 회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모처에서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정식 가입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상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