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너는 자연인처럼 살지 말거라
by류성 기자
2019.05.19 07:00:00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휴가차 해변에 왔다가 하루 일을 마치고 그물을 정리하는 어부에게 다가갑니다.
“선생님,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고기 많이 잡으셨나요?”
“평소랑 비슷하네요. 이 정도면 네 식구가 먹고 살만 합니다.”
“선생님,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컨설팅 일을 하는데요. 선생님이 대출을 받아 배와 어구를 바꾸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뭘 하게요?” “뭘 하다니요? 일단 대출금을 갚고나서 조금 더 큰 배를 사거나 배 한 척을 더 사는 거지요.”
“그래서요?“ ”그렇게 사업을 키우다보면 은퇴 후 노후 걱정 없이 사실 수 있잖아요. 이런 멋진 해변가에 아늑한 집을 짓고 식탁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도 하고요.“
“그렇다면 나는 사업 안할랍니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걸요. 자, 나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맛있는 밥 먹으려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선생님도 안녕히 가세요.”
우리 삶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걸 봅니다. 중년 남성 상당수가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즐겨봅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월별 선호방송을 조사한 결과, 이 방송이 3월 이후 줄곧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 방송이 시작된 이래 시청률 5%대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많은 도시인들이 각박한 도시의 삶 대신 여유있는 전원생활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른이라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며 대도시에서 공부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요. 그 후에는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대준 후 노후에 여유롭게 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어른들이 말하는 여유로운 삶 중에는 자연인의 삶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만약 청소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목수일을 배워서 집과 가구를 만들면서 살겠다, 시골에 내 집을 지어 농사짓고 살겠다’고 하면 부모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조금 전까지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보면서 출연자를 부러워하던 부모라도 곧바로 정색한 얼굴로 말할 겁니다.
그건 30년 후에 생각해보라고 말이지요. 혹시 우리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 부모들은 어쩌면 어부를 설득하려는 비즈니스 컨설턴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녀는 소박한 삶으로도 만족스러운, 굳이 우리가 나서서 더 열심히 일하라, 더 욕심을 내보라고 하는 거지요.
2013년 한 동요제의 참가곡 ‘여덟살의 꿈’이 화제를 모았지요. 어느 초등 1학년생의 이야기를 들은 음악교사가 만들었는데 가사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미용사가 될 아이가 국제중학교와 민사고 그리고 하버드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꿈이지 않을까요? 혹시 우리도 아이들에게 과잉공부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초등생 아들이 종이접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할 때에 저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거였지요. 그 일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곧이어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활동하는 헤어 디자이너, 네일 아티스트들이 처음 그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에 그들의 부모들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가지 입니다. 모두가 고시공부를 하고 공무원이 된다면 소는 누가 먹일까요? 머리는 누가 다듬어주고 종이접기는 누가 가르칠까요? 사무직, 관리직이 직업세계의 정도인양 자녀를 지도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거나 어리석음일 겁니다.
이 세상이 움직이도록 뒷받침하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 세상은 굴러갑니다. 제 아이도 여러분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아이를 보시거든 환영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