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특허Talk] 자율주행 가속페달 밟는 삼성·LG..특허 쏟아내며 두각

by김종호 기자
2019.04.06 07:15:00

전세계 자율차 시장 규모 2035년 1306조까지 급성장
삼성·LG, 기존 기술 활용해 관련 특허 빠르게 선점
차선 감지부터 물체 인식, 경고 시스템 등 두루 개발

삼성전자가 2017년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받아 운영 중인 자율주행차. 실도로 주행 등을 통해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특허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입니다. 글로벌 특허 전쟁 속 기업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특허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깊은 고민과 전략부터 목표까지도 엿볼 수 있죠. 물론 모든 특허가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특허를 통해 작은 기업부터 커다란 시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볍게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자율주행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율주행 총 5단계 중 1단계인 보조주행과 2단계인 부분 자율주행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완전자율주행(5단계) 직전인 조건부 자율주행(3단계)이나 고도자율주행(4단계)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저 꿈일 줄만 알았던 완전자율주행도 불과 약 5년 뒤인 2025년이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네비건리서치는 전 세계 자율차 시장 규모를 2020년 1890억달러(약 214조2800억원)에서 2035년 1조1520억달러(약 1306조13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시장 주도를 두고 업계 간 기술 개발 경쟁도 매우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포드와 GM,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등 완성차 업체부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전자 업체,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035420) 등 IT 업체까지 모두 뛰어든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 개발 성과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인 특허 출원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가 아닌 국내 전자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약 7년간 전 세계 기업 중 유럽특허청(EPO)에 가장 많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624건의 특허 출원으로 2위 인텔(590건)을 따돌렸습니다. LG전자도 348건의 특허를 등록하면서 3위 퀄컴(361건)에 이어 4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중국 특허 정보제공업체 인코펫(incoPat)이 최근 발표한 ‘2018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특허 출원 100대 기업’ 조사에서도 삼성전자는 1152건으로 포드(1225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자동차 업체가 아닌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죠. LG전자 역시 281건의 특허로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반도체부터 무선통신과 카메라, 센서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첨단 과학 기술의 총합으로 과거 전통적인 차량 제조 기술과는 거리가 멉니다. 반도체와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여러 기술이 총동원 돼야 합니다. 관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기술을 활용해 유리한 위치에서 활발하게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 상황인 것이죠.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받은 자율차 3대를 약 2년간 무사고로 운행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그랜저 등을 개조해 물체 인식 센서인 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장착한 차량이죠. AI와 딥러닝을 결합한 차세대 센서와 컴퓨터 모듈, 차량용 반도체 등 지능형 부품을 자율차 실도로 주행 등을 통해 검증 중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2017년 자율차 시험 운행을 허가받고 운영하고 있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최근 승인받은 특허는 차선 감지와 유지부터 물체 인식, 상황 판단 등 다양합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특허를 기반으로 개발한 신개념 자율주행 솔루션인 ‘드라이브라인(DriveLine)’을 지난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 역시 공간 인식과 경고 장치, 사각 지역 탐지 등 기본적인 기술은 물론 자율주행 음성 명령 시스템 등까지 여러 특허를 승인받았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협약을 맺고 차량용 센서 업체와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등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조성진 부회장 직속으로 ‘자율주행사업 태스크’까지 신설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죠.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질주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업체 모두 자율주행을 새로운 먹거리로 꼽고 관련 기업 인수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이 만든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자율차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LG전자가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최근 승인받은 자율주행 음성 명령 시스템. (이미지=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