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개헌]여야, 동상이몽..개헌 시기·내용 첨예한 대립만
by김미영 기자
2018.02.08 05:30:00
권력구조 개편, 민주 ‘4년 중임 대통령제’ vs 한국당 ‘이원집정부제’ 무게
대통령 임기-총리 임명권 등 내용 달라져
민주 “헌문 전문에 촛불혁명 명시” vs 한국당, ‘불가’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두고도 한국당 “신중한 접근”
[이데일리 김미영 유태환 기자] 여야가 헌법개정 논의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권력구조 개편 방향이다.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은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관철시키겠단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마라톤 의원총회를 벌여 개헌 당론을 채택했다.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키로 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이 선호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은 한국당에서 내세우는 개헌의 최우선 원칙이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이란 점에서 여야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지난달 말 의원연찬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 및 분권개헌 쟁취’를 결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개헌엔 이원집정부제가 분명 포함돼 있고 (당에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이달 중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한 당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이원집정부제란 대통령이 외치를,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권력구조 형태다.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대선후보로서 결이 다른 공약을 내놨던 안철수, 유승민 대표가 한 목소리를 어떻게 낼지 관심이다. 안 대표는 대선 전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를, 유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각각 주장했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7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헌정국이기 때문에 창당 작업 마무리 후 늦지 않게 당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두 대표의 입장차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에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하며 대통령 권한의 분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축소 혹은 폐지 △국회 예산심사권 강화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을 제시한 만큼, 민주당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 권한뿐 아니라 대통령의 임기, 총리 임명권 등에서도 내용이 다르다. 전자는 대통령 임기가 최대 8년이고 총리는 지금처럼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 후자의 경우 대통령이 6년 단임이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한다.
헌법 전문 개정을 두고도 여야간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 혁명’을 명시키로 했지만, 한국당에선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해 통합신당과 민평당은 민주당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명시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통합신당, 민평당 대 한국당 구도로 흐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명문화를 이미 정했고, 안철수 유승민 대표도 충청권을 찾아 “지역민의 마음을 얻는 공약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법률 위임이 가능한데다 통일을 대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용상의 이견을 넘어, 근본적으로 여야가 그리는 개헌 타임 테이블이 다르다는 게 개헌 논의의 최대 걸림돌이다. 여권은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한국당에서 강경하게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