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7.10.19 06:00:00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통상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상 패소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그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의 1심 판정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며 패소를 시인했다. 류 처장은 “국민건강 보호 측면에서 상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1심에서 졌다고 해서 당장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소를 하면 최대 15개월이 걸리는 만큼 해제 여부는 내후년에야 최종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쟁점별로 우리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국민에게 판결 내용을 알리고 향후 안전관리 방안을 내놔야 할 정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보고서는 전체 회원국 회람이 끝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도록 돼있다”는 점을 들어 판결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얼핏 타당한 듯하지만 쉽사리 납득할 수는 없다. 1심 판정이 일부 사안에 대해선 우리 손을 들어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전부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2011년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소비자 불안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일본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적발된 원산지 허위표시 가리비 104㎏이 모두 일본산이었다. 지난해에는 시판중인 일본산 가쓰오부시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지금도 얼마든지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이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이라면 WTO의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판결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판결 내용 모두를 공개하기 어렵다면 방사능위험평가 결과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만이라도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위험평가와 그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강화해 다음에는 승소할 수 있도록 준비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