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초보 탈출기]“방문판매로 구입한 도서 전집, 환불 가능할까?”
by전상희 기자
2017.08.26 06:00:00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주변을 둘러보면 방문판매를 둘러싼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분쟁을 종종 보게 됩니다. 판매원이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후 소비자의 연락을 피하거나, 위약금을 부르며 환불이나 교환을 피하려는 꼼수도 나타나죠. 소비자가 계약 조건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충동구매를 한 후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청약철회권’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문판매를 통해 구입한 재화나 서비스를 사업자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환불받거나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기간 등 몇 가지 조건을 주의해야 합니다.
우선 계약 철회 가능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4일입니다.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이며, 만약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면 방문판매자의 주소를 안 날이나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4일 내에 철회가 가능하죠. 철회 시 판매자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아래의 경우에는 청약 철회가 제한되는데요. 소비자의 책임으로 구매한 물건이 없어졌거나 훼손된 경우, 구매한 상품을 사용해 상품의 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 식품과 같이 시간에 따라 재판매가 곤란해진 경우, 주문 제작 상품처럼 청약 철회 시 사업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해 사전에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고 서면 동의를 받은 경우 등에는 계약 후 14일 이내에도 청약 철회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의 김씨는 환불받을 수 없는 걸까요? 판매자는 김씨가 포장을 뜯었기 때문에 반품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내용 확인을 위해 포장을 뜯은 경우는 물품 훼손으로 보지 않습니다. 즉 김씨는 배달 포장을 뜯었을 뿐 도서를 훼손한 것이 아니므로 청약 철회가 가능하죠. 도서 전집을 다시 사업자에게 배송할 때 필요한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합니다. 만약 청약 철회가 불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이를 분명히 밝히고 샘플용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계약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말로 설명된 내용이 계약서와 다를 수 있고,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이 있다면 계약하는 자리에서 바로 고치거나 보충하도록 요구해야겠죠.
미성년자가 구입한 후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인정하지 않거나, 사기 강박에 의해 체결된 계약은 취소할 수 있습니다.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가 체결한 매매계약의 대금을 일부라도 지불한 경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취소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판매자에 대한 신원 파악도 필요하죠. 공정거래위원회, 시·도에 신고된 업체나 직접판매 공제조합에 가입한 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추천하는데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방문판매법을 위반한 사업자를 공개하고 있으니 이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