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덕 기자
2017.07.14 06: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서울시가 지난 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에 대해 현금 기부채납(공공기여)이 가능하도록 운영계획을 수립해 시행에 나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조합원 등 사업시행자가 정비계획상 도로나 공원, 공공시설 등을 제공할 경우 용적률·건폐율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던 것을 일부 현금으로 대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각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정비계획에서 정한 전체 기부채납 부지 면적의 50%까지만 현금 납부가 가능하다.
서울시가 추정하는 현금 기부채납이 가능한 사업지는 총 342곳. 이들 구역 기부채납 예상액만 4조 60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과 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각각 600억원과 20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 외에도 서울시가 지정한 여의도·압구정·반포·잠실아파트지구 등에 속한 개별 단지도 이미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간주해 현금 기부가 가능하다. 압구정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현금으로 납부하면 득이 될 것이 많아 이를 원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금 기부채납을 고려하는 이유는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 기부채납하는 땅의 평수만큼 용적률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땅으로 기부채납하는 것보다는 현금으로 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현금 기부로 단지 주변 남는 자투리 땅에 일반분양아파트를 추가로 짓게 될 경우 사업시행자(조합원) 입장에서는 토지·건축비용 등을 뺀 나머지 이익잉여금을 챙길 수 있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공성이 강한 도로, 공원녹지 등 기반시설이 줄어들고 사업자 이익을 강화할 수 있는 현금 대납을 남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공공수요가 있다면 기반시설 설치를 우선한다는 방침이지만, 기부채납을 명목으로 거둬들인 돈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 도시재생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어 조합의 신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현금 기부채납의 목적은 재건축 사업의 효율성과 일반 시민의 다양한 공공수요를 위한 것이다. 효율적인 제도 운영으로 사업시행자와 서울시, 공공 모두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