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6.08.02 0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외로운 늑대’(lone wolf)는 1990년대 백인 우월주의자 알렉스 커티스와 톰 메츠거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조직보다는 지하 활동이나 개별활동을 하면서 정부나 다른 표적을 공격하는 지하디스트(전사)를 외로운 늑대라고 불렀다.
전세계가 이 외로운 늑대들의 잇단 테러와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미국 텍사스주(州)와 루이지애나주 경찰관 총격 사건,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미국 독일 바이에른주 열차 도끼 테러, 독일 뮌헨 총기난사 테러,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 노신부 살해 테러가 줄줄이 이어졌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테러는 오래전부터 우리 옆에 있어왔다. 종교적 대립이나 정쟁이 심한 곳에서 국지적으로 벌어졌던 테러는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리스크로 자리잡았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대형 테러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조직적인 테러 보다는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자생적으로 자라난 외로운 늑대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
테러 조직이나 단체 소속 행동대원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는 테러는 정보당국이 사전에 감지하고 미리 대응에 나설 여지가 있다. 하지만 외로운 늑대는 도무지 감지가 안 된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능숙한 10대들이 IS 선전에 빠져들면서 스스로 극단화되면서 과감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인터넷과 모바일의 각종 정보를 자양분으로 삼아 외로운 늑대들이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잇단 테러에 프랑스는 국민군 창설에 나섰고 독일도 테러 진압에 연방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나 군 당국, 정보당국이 모든 테러 음모를 사전에 파악하고 막아내길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미국 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Stratfor)의 스캇 스튜어트 부소장은 외로운 늑대를 막으려면 일반 대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격을 준비하는 외로운 늑대는 일반인과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기 마련이고 이를 가족은 물론이고 집주인, 이웃, 상점 점원 등이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미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7월 미국 텍사스주 킬린에 위치한 한 총기상 점원은 수상한 남자가 가게를 찾아 무연 화약을 사려 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그를 조사한 결과 포트후드 인근 군인들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기상 점원의 뛰어난 기지로 대형 참사를 막은 셈이다. 이렇게 테러 방어자로서의 일반인 역할을 높이려면 외로운 늑대들의 특징이나 행동양태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도 더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는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민자가 15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사회에서 소외 받은 이들이 잠재적인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국에서 일하다 출국한 외국인 근로자 7명이 IS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풀뿌리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풀뿌리 수비수가 필수다.
하지만 상대를 의심하고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포용하고 보듬어 외로운 늑대로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