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채워 훈련병 위치추적·건강관리…논산 육군훈련소 '상전벽해'

by김관용 기자
2016.05.19 05:00:00

논산 육군훈련소, 사물인터넷 인프라 구축
훈련병에 웨어러블기기 채워 위치 추적, 건강관리
3초간 버튼 누르면 SOS 발신, 비상상황 대처
교관들은 종이·수기 대신 PDA로 교육훈련 평가
자동신체지수 측정기로 2초면 피복 치수 측정 끝

[논산=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신병교육대 앞에는 시계 노점상들이 진을 친다. 군 입대시 꼭 챙겨가야 하는 준비물 중 하나가 시계다. ‘몇 분내로 뭘 하라’는 지시가 다반사인 훈련소에서 시계가 없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군장병들이 많이 차는 카시오나 돌핀 브랜드의 저가시계는 ‘군대시계’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내년부터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는 훈련병들은 시계를 준비해 봐야 무용지물이다. 훈련소에서 나눠주는 시계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이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훈련병 관리체계’가 현재 1개 연대에서 내년부터 7개 연대 전체로 확대된다. 스마트 훈련병 관리체계는 훈련병이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교관이 소지하는 스마트폰 형태의 PDA가 핵심이다.

육군훈련소 생활관에서 훈련병들이 착용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운동량과 맥박, 체온 등을 확인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군이 훈련병들에게 지급한 국방색의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 전자시계 보다 조금 더 두껍고 크다. 과격한 훈련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보호재로 감싼데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해 신세대 훈련병들의 취향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 기능 뿐 아니라 훈련병의 건강정보를 측정해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맥박과 체온 등 신체상황을 알 수 있다. 정상치를 초과할 경우 해당 정보가 상황실로 전송돼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위치정보를 파악해 훈련병의 이탈을 통제한다.

웨어러블 기기 버튼을 3초 정도 누르면 SOS 기능이 실행된다. 위급상황이 발생해 훈련병이 SOS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상황실에 사이렌이 울리고 간부가 즉시 생활관으로 가 상황에 대처한다. 이동거리 측정과 만보기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훈련병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신의 운동량을 확인할 수 있다.

교관들은 훈련병들의 교육훈련 평가를 개인용 휴대 단말기인 PDA를 통해서 실시한다. 수십장의 평가서를 들고 다니며 수기로 작성했던 과거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PDA에 평가결과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집계돼 상황실 PC에 전송된다. 실시간으로 보충교육 대상자와 주 단위 우수팀, 개인성적 종합, 포상점수 결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훈련병 면담 내용도 입력하면 상황실로 곧바로 전송되기 때문에 행정 업무가 대폭 간소화 됐다.



이 PDA를 통해 생활관 전력사용 관제와 실내 온도 및 습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미세먼지 측정도 가능하다.

윤기준 육군훈련소 통신근무대대장(소령·학군34기)은 “현재까지 신병 3개 기수 2405명을 대상으로 시험운용을 했다”면서 “52건의 사용자 개선요구가 접수돼 사업을 확대할 때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관이 훈련병의 제식동작을 현장에서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PDA에 입력하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훈련소는 자동신체지수 측정시스템 개량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논산 육군훈련소에는 매주 월요일 1700~1800명이 입영한다. 이들에게 피복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신체치수를 측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키와 몸무게를 따로 측정하고 옆 동료가 줄자를 이용해 치수를 쟀다. 신체치수 측정이 보통 2분 가량 소요됐다. 이 때문에 전체 인원의 신체지수 측정에 6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신체지수 측정시스템을 통해 한사람의 신체치수를 측정하는데 2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워리워홀에 설치된 기기에 올라 서기만 하면 몸무게와 키, 머리·가슴·허리둘레·발 사이즈가 자동으로 측정된다. 이 데이터를 통해 가장 몸에 잘 맞는 개인 피복을 지급한다.

기존에 피복 보급시에는 평균치수를 기준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에 피복교체율이 45%에 달했다. 하지만 자동신체지수 측정시스템 도입 후에는 교체 요구가 거의 없어졌다.

윤 소령은 “현재 시스템은 입영장병이 피복치수 측정을 위한 별도의 바지와 모자를 써야 해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며 “환복할 필요없이 옷을 입고도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올해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