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톺아보기]`등골브레이커`에 떠는 현대엘리베이터

by박수익 기자
2016.02.14 08:09:26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차량 등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현대엘리베이터(017800)는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본인들이 직접 대북사업을 하지는 않는데 자회사가 대북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들 상황이 안 좋아지면 아무래도 부모도 걱정스러운 것과 같은 우려가 시장에서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는 대북사업 창구 현대아산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딴 이름이죠. 정 명예회장의 고향마을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창업주 정신이 깃든 곳입니다. 예전에는 금강산관광을 했는데 2008년부터 중단되면서 누적 손실 1조원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계속 어려워진 것이죠.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금은 국내 건설업에 주력하면서 개성공단 개발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총 250만명 규모의 개성공단 2단지 공시를 계획 중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중단돼 버린 것입니다. 현 상황이 기약없이 이어진다면 잠재적으로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Q: 현대엘리베이터 부담은 어느 정도?

현대엘리베이터가 11일 공시를 하나 했는데,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니까 자발적으로 낸 공시입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현대아산의 매출액 감소분이 284억원 정도이고 이는 최근 매출액의 2%수준으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수치는 맞습니다. 다만 향후 기대수익을 반영한 것이 아닌 지금까지 일어난 매출을 현대엘리베이터의 전체 연결매출과 비교한 것이죠. 결국 정부정책과 남북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변수입니다. 현대아산은 계속된 적자로 결손금이 쌓이며 자본잠식 상황입니다. 2007년을 마지막으로 이후 8년째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보여주고 창업주의 유지를 받드는 사업이라 그만둘 수도 없는 사업이어서 어려워져도 그룹으로서는 계속 지원의무가 있는 곳이죠.

Q: 현대엘리베이터 자체 상황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자회사 그러니까 자식들 빼고 본인들 사업만 보면 좋은 회사입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를 만드는데 주력인 엘리베이터사업은 현재 국내에서 3개 회사의 과점체제입니다. 국내업체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일하고, 외국계로 오티스와 티센크루프가 있는데 현대엘리베이터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해 나머지 두개 회사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0%대가 꾸준히 나옵니다. 최근에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하나만 놓고보면 괜찮은데 주가가 오를만하면 떨어지는 굴곡을 보이는 것은 자식 걱정이 끊이질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자신들의 영업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는 유보자금을 계속 자회사 지원용으로 쓰는 것이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등골브레이커처럼 말입니다. 현대상선 문제 등 현대그룹을 둘러싼 유동성 이슈가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움직임도 관건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현대엘리베이터 입장에서는 현대증권(003450)이든 현대상선(011200)이든 둘 중 하나라도 포기하면 좋은 겁니다. 직접 자금을 부담해야하는 계열사 유상증자 결정이 내려진다믄 상당한 부담이고, 만약 현대증권 재매각이 성공한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자금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까 불행 중 다행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Q: 개성공단 폐쇄후 증시 관련주는

사실 이번 조치로 수많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상황에서 수혜주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이진 않는데요. 냉정하게 봐도 과연 지금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방위산업 관련업체들의 주가 급등이 정상적인 것인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해 쓰는 국방예산은 정해져 있고, 설령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더라도 곧바로 방위력 증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지금 시장에서 거론되는 곳은 정부와 직접 협상하지 않는 2차 납품처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일부 부품을 납품하면 한화탈레스, LIG넥스원(079550) 같은 최종완제품 업체가 만들어 정부에 납품하는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방산비중이 높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예컨대 포메탈(119500)은 방산보다는 산업기계·자동차부품 비중이 더많고 방산분야는 14% 정도입니다. 스페코(013810)는 9% 정도가 방산관련 매출로 분류되고 플랜트·풍력사업이 주력이라고 회사 측 자료에 나와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주는 분명히 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있을 뿐 10%라도 기존의 매출경로가 막히면 피해를 분명하게 보는 것이죠. 반면 방산주로 분류되면서 주가 급등하는 종목들은 실질적으로 당장 매출 증가를 기대할 뚜렷한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를 틈타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