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술자리, 까딱하단 싸움날 수도 있어

by이순용 기자
2016.02.06 05:09:11

술버릇은 알코올에 의해 뇌가 손상되었다는 신호...반복되는 명절 술자리 주사, 더 이상 방치해선 안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귀경길 걱정보다 술자리 다툼이 더 걱정돼요. 작년에는 남편이 기분 좋게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취해서 형제들과 욕하고 싸우는데 말리느라 정신없었던 기억만 나요”

설 명절을 앞두고 가족 간 술자리 다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몇몇 사이트에서는 설 명절 스트레스와 함께 설 명절 술자리, 술버릇, 다툼으로 인한 고충을 올린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설 연휴, 보고 싶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다 보면 으레 술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적당한 술은 서운했던 마음을 달래고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과음했을 때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술에 취해 언성이 오가다 보면 어느새 서로에게 상처뿐인 명절이 되고 만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설과 같은 명절에는 귀경길 장거리 운전과 명절 음식 준비, 성묘, 손님맞이 등으로 평소보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가벼운 언쟁도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의 ‘명절 연휴 가정폭력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추석 연휴부터 2015년 설 연휴까지 명절 연휴 하루 평균 700~900건의 가정폭력이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평상시에 비해 1.5~2배나 높은 수치다.



자주 왕래하지 않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면 여러 의견들이 충돌하기 쉽다. 부모님 부양 문제, 가족 간 재산 문제, 차례, 제사, 가사 노동, 자녀 양육, 취업 및 출산 등 서로에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참아왔던 서로에 대한 불만이 명절 술자리를 계기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허성태 원장은 “평소 쌓였던 불만이나 앙금이 술로 인해 증폭될 수 있다”며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가진 가족 간 술자리가 가볍게는 다툼으로 그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가정폭력이나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설에는 충북 음성군 음성읍에서 술에 취해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른 아버지가 입건된 바 있다. 흔히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고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 우리 뇌의 충동을 조절하고 이성적 판단을 주로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기능이 술에 의해 억제되면 충동이나 공격적 성향이 통제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드러나 평상시에는 참고 넘어갈 수 있었던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게 된다.

또 알코올은 감정 중추를 관장하는 변연계에도 영향을 미쳐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술을 기분 좋게 잘 마시다가 갑자기 울고 화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허성태 원장은 “가족 간의 정을 나눠야 할 설날이 싸움이나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설 명절 술자리는 가볍게 끝내는 것이 좋다”면서 “단, 명절 술자리에서 술버릇을 보이는 가족이 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알코올에 의해 뇌가 손상되었다는 신호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