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6.02.05 06:00:00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부탄가스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가 경찰에 검거됐으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국제 테러단체 조직원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라는 아랍어 경고장이 발견됨에 따라 이슬람국가(IS) 조직과의 연관성도 우려됐으나 그것도 일부러 꾸민 데 불과했다. 혐의자는 삼십대 중반의 평범한 내국인이었다.
다만, 실업자였을 뿐이다. “취업이 안 돼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게 용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범행 동기다. 대학원까지 마친 음악 전공자인데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불만이 생겼을 테고, 그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된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갓 태어난 처지에 생활이 점점 쪼들렸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돈이 궁해 사회에 짜증이 났다”고 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짜증은 훨씬 더했을 것이 틀림없다.
용의자를 두둔하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실업자가 넘쳐난다는 사실만큼은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졸업시즌을 맞고 있으나 미처 일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풀이 죽어 사회에 첫발을 디뎌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미취업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들도 사회에 염증을 낼 수밖에 없다. 실업자들만 불만을 갖는 것도 아니다. 생활에 허덕이는 것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나 거의 마찬가지다. 이러다간 사회가 온통 지뢰밭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이번 범행은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사제폭탄처럼 보이기 위해 부탄가스와 라이터, 건전지를 전선으로 얼기설기 연결했지만 뇌관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런 정도에 그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정부의 몫으로 귀결된다. 정부가 국민의 취업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집단적인 불만세력으로 자리 잡을 만큼 실업자가 양산돼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 추세로는 전망이 부정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현오석·최경환 경제부총리에 이어 유일호 팀이 들어섰지만 대책은 희미하다.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만이 한계에 이른 경제정책 탓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판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