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반란'..대형사 누르고 재건축 잇단 수주

by이승현 기자
2015.07.17 05:30:00

대기업 텃밭 영토 확장..상반기 1만2천가구 수주
낮은 브랜드 인지도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극복
지방 광역시 도시정비 물량 확대로 기회 많아져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중흥건설이 지난달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광주시 광산구 송종 주공아파트 전경.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5월 30일 대구 동구 신천동 문화웨딩홀 대연회장에서 열린 동자02지구 재개발 조합 총회장.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진중공업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대구 신암5동 동자02지구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놓고 대형 건설사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는 한진중공업 입장에선 아파트를 한 번도 지은 적이 없는 불모지여서 걱정이 더 컸다.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되자 대형 건설사 측은 예상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도급 공사비로 한진중공업은 경쟁사(3.3㎡당 404만원)보다 싼 3.3㎡당 395만원을 제시했다. 이사비용도 한진중공업은 세대당 300만원 지원을 약속해 경쟁사를 따돌렸다. 여기에 발코니 무료 확장과 중도금 무이자 융자 지원까지 제안했다. 결과는 한진중공업의 승리였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반란이 예사롭지 않다. 재개발·재건축시장은 그동안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싼 건축비와 다양한 혜택 제공을 앞세운 중견 건설사들이 지방권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16일 이데일리가 주요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9개사가 총 11개 사업장에서 1만 2001가구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

첫 단추를 꿴 곳은 태영건설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272가구 규모의 서울 마포구 창전1구역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2월에는 코오롱글로벌이 경기도 성남시 성남중1구역 재개발사업을, 3월에는 아이에스동서가 부산시 영도구 봉래1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4월 들어선 한라가 경기도 의정부 호원생활1구역 재개발사업을, 호반건설·중흥건설 컨소시엄이 광주시 동구 계림8구역 정비사업을 각각 수주했다.



주택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반도건설은 지난 5월 부산 북구 구포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지난달에는 중흥건설과 한양이 각 광주시 광산구 송정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과 대구 달서구 송현2동 송현주택 재건축사업을 각각 따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합리적인 공사비 제시 등 자사의 우수한 가격 경쟁력에 조합원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사업성 높은 곳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견사들의 잇단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장 환경도 한몫한다. 택지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중견 건설사들이 정부의 공공택지 공급 감축 정책 등으로 사업 기회가 줄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아 그만큼 중견 건설사들의 운신이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또 재개발·재건축사업 자체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도 중견사들에게 문호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활발하게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도심 확대 정책으로 택지 개발사업 등 팽창사업을 벌였으나 지난 2~3년 전부터 구도심 정비사업으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재개발·재건축사업 물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도 잦아지고 있다”며 “특히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운 중견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진출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