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대신 급여 올린다?"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 논란

by최훈길 기자
2014.11.13 06:00:00

[공무원연금개혁 고삐를 당기자 ⑤-보수체계 개편]
연차 오래될수록 상·하위직간 보수 격차 커져
노조 "일정기간 정액제 도입해 보수격차 줄여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보상의 일환으로 공무원 보수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민간 수준으로 보수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 급여를 인상할 경우 인상분 만큼 연금액도 다시 늘어나게 될 뿐 아니라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만 보수체계를 개편해 급여를 인상한다고 하면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하후상박’ 개념을 보수체계에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행부에 따르면 5급과 9급 공무원의 연봉 격차(올해 기준)는 초임 때는 1314만원이지만 10년차 2432만원, 20년차 3769만원, 30년차에는 3789만원으로 벌어진다.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직급별 보수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다. 급여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직급에 관계없이 매년 동일한 보수 인상률을 적용 받다보니 격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는 일정 기간 연봉 인상분을 정액으로 지급해 상·하위 직급 간의 연봉 격차를 줄여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오성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연금위원장은 “비율이 아니라 액수를 정해 지급하는 정액제는 전체 보수 인상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부정적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무원 보수의 상·하한 차이는 5배 정도로 민간기업과 비교해 격차가 심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개혁 과정에 보수체계까지 엮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수체계에 하후상박을 도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공무원보수민관심의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안행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로 정해진다. 국회에서 예산안 승인을 거치지만 정부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심의위가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돼 있지만 자문기구에 불과해 의견 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심의위는 정부·노조·교수·언론인·국책연구기관 연구원·경영계 인사 등 18명으로 구성되며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7%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3급 이상은 동결됐다. 지난해 심의위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3%대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를 대폭 낮췄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노조를 비롯한 민관이 심의위에서 합의해 인상률을 결정해도 기재부로 가면 뒤집히는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고 말했다.